2019/03/28 19:42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2 대여점 (구작)


냉전 시대 첩보물의 대가 존 르카레 소설을 원작으로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연출한 영화. 근데 다시 봐도 진짜 믿기지 않는 캐스팅이다. 게리 올드만을 중심으로 두고 콜린 퍼스랑 토비 존스, 키어런 하인즈. 심지어 존 허트도. 여기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톰 하디. 그리고 마크 스크롱. 아, <킹스맨> 이전부터 마크 스트롱을 참 좋아했었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로빈 후드>에서 진짜 멋있었는데. 하여튼 캐스팅은 진짜 두고두고 우려먹을 만한 캐스팅임.

첩보물임에도 멋진 차를 타고 총격전을 벌이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멋지다. 낳을 때부터 입고 나온 듯 각 캐릭터에게 딱 맞는 복장이 좋고, 또 그들이 액션 순발력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게 흥미롭다. 사실 진짜 공작원들의 삶은 이런 거겠지.

더불어 조금 개연성 없어 보이는 부분들은 감정으로 다 밀고 나가는데,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살겠나.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거다. 물론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 사이의 관계가 좀 더 표현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배우들의 호연으로 그런 아쉬움들이 싸그리 다 묻히고 또 이해된다. 서로 저런 감정을 어렴풋하게나마 품었기 때문에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이구나- 하며 이해할 수 있단 이야기다. 비단 사랑에 가까운 감정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스마일리가 빌 헤이든에게 느끼는 일말의 질투 같은 것도 그렇지. 맞다, 잘 내색 안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분명 이 영화의 결말이 밝혀지는 데에는 스마일리의 그 수면 밑 질투 같은 것도 쥐꼬리 만큼이나마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허나 영화는 때때로 불필요한 부분에 힘을 주고, 또 어쩔 땐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과거 회상의 구조가 반복되는 데다가 그 화자 또한 계속 바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그리 쉬워보이는 인상의 영화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영화들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이 영화는 멋지다는 생각만 들 뿐 정까지는 안 드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멋진 건, 그 특유의 질감에 있다. 시네마에 질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거다. 인물들의 옷깃과 자동차 보닛에 묻어있는 그 특유의 질감 같은 것들이 너무 세세하게 잘 와닿는 기묘한 영화. 촬영 호이트 반 호이테마가 했더만. 하여간 이 양반이 차분하게 채도 빠진 느낌의 영상을 참 잘 갖고 논다는 느낌이 계속 드네.

총평하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까지는 아닌데, 그렇다고 딱히 즐길 만한 구석이 많은 영화도 아니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특유의 질감만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정도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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