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0 16:46

하이웨이맨 극장전 (신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주인공은 정반대인 작품. 전설적인 범죄 커플이었던 보니와 클라이드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아니라, 그 둘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텍사스 레인저 출신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여러모로 황혼기의 서부 영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영화다. 물론 시간적 배경은 보통의 서부 영화들보다 좀 늦은 1930년대지만, 아무래도 스러져가는 황량한 풍경을 뒤로 놓고 무법자를 쫓는 두 남자의 이야기인지라. 게다가 영화가 진행되는 시간적 배경은 이미 텍사스 레인저가 해체되고 강제 퇴역 당한 시기를 그린다. 때문에 텍사스 레인저 출신인 두 남자, 좋게 말하면 베테랑이고 나쁘게 말하면 노땅인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존재가 지워진 사람들 같다는 생각도 들고. FBI의 전국토 스케일 과학 수사가 태동하고 있을 무렵에 오직 직감과 개인적 추리만을 믿고 움직이는 주인공들이 안쓰럽다가도 특유의 그 능력 때문에 결국 해내는 걸 보면 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서부 영화의 주요 테마인 '과거로부터 도망치는 사내'에 대한 요소도 들어있다. 두 주인공 모두 과거의 끔찍한 살육으로부터 죄책감을 갖고 도망치려 하는 느낌이거든. 다만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를 뿐. 헤이머는 그 역시도 자신들의 임무였음을 받아들이고 죄책감을 갖되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반면, 매니는 상대적으로 그 과거에 더 붙잡혀 있다. 근데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그 두 캐스팅이 뭔가 바뀌었어야 할 것 같지만 안 그래서 더 좋았다. 얼굴이랑 필모그래피만 보면 빼박 우디 헤럴슨이 헤이머인데.

투박한 수사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보니 중간중간 별 이벤트 없이 비는 장면들도 있지만, 당시 미 중부 특유의 황량한 정취가 계속 눈길을 끌고 당시 소품이나 배경 등이 잘 묘사되어 있어 크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사실 마지막 보니와 클라이드 사살 장면도 유명한 실제 이야기이다 보니 결말도 다 알고 따지고 보면 별 대단한 액션도 없는 거 다 아는데 괜히 긴장하게 됨. 그냥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액션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긴장은 아닌 것 같고, 그냥 한껏 감정이입되어 있는 상태의 두 주인공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사실 제일 큰 반전은 연출자가 존 리 행콕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거 새까맣게 모르고 보다가 크레딧 보고 뒤집어질 뻔했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감독인데. 어째 별 사건 없는데 계속 눈길을 끄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싶었다. 따지고보면 이 양반 전작들도 그런 영화들이었지.

촬영도 좋고 색감도 좋은 영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 극장에서 보기는 불가능 하겠지만 되도록 큰 디스플레이의 시청 환경에서 보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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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4/07 18:51 # 답글

    이제 보니 클라이드 방향에서 이야기도 해야죠. 존 딜린저 이야기도 다시 꺼내고, 그렇게 대공황 유니버스를 만드는 겁니다 (??)
  • CINEKOON 2019/04/10 16:26 #

    보니와 클라이드는 대중 매체의 주인공 많이 해봤잖아요. 이젠 다른 사람들 파봐도 괜찮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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