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0 13:26

생일 극장전 (신작)


만약 세월호의 비극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영화를 본다면, 과연 그는 영화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있을까? 


질문은 영화 초반부를 보며 떠올랐다. 설경구가 연기한 남자가 처음에 등장하는데, 표정이 한없이 좋은 거라. 만약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역시 하나도 모르는 상태의 누군가가 영화를 봤다면 분명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떠올릴 거라 생각했다. 영화도 남자 주인공의 묵묵히 슬픈 표정을 영화 내내 전시하잖아. 근데 슬픔의 이유는 영화 후반에나 가서야 설명해주고. 아마 외국인 관객이 <생일> 본다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유는 이렇다. 가슴 아픈 실화를 소재로 영화들은 으레 비극의 진상을 영화 안에서 직접 보여주려고 하잖아. 과거 회상을 통해서든, 영화 뉴스 매체의 보도를 통해서든 말야. 하지만 <생일> 그런 묘사가 거의 전무하다. 배가 뒤집혔던 바다의 모습을 어느 형식으로든 시각적으로 재현하지 않았다. 아마 때문에, 외국인 관객이 영화를 본다면 조금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고.


말이 길어졌는데, 굳이 이야기를 이유는 그거지. 설명이나 각주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날의 비극은 전국민적 트라우마였다고. 구체적인 진상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걸 이용해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최소한 우리 모두 날의 슬픔을 알고는 있다는 . , 그게 너무 끔찍했다.


이런 소재를 활용하고도 혹여나 영화의 완성도가 별로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단 걱정은 접어도 괜찮을 같다. 최근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졌던 <악질경찰> 비해서는 훨씬 합리적으로 썼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그냥 뉘앙스만 있었잖아. 하지만 영화는 일단 사건을 겪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니까. 이럴 아예 직접적인 낫다.


재밌는 피해자들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피해자' 대해 이상한 헤게모니를 갖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슬피 울어 눈이 퉁퉁 부어있어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며, 항상 한숨을 쉬고 있어야만 한다는 .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결국 살아내야할 각자의 삶이 있다. 때문에 그들도 쉬어야 하고, 살면서 웃어야 하며, 때로는 얄궂은 농담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생각 못하잖아. 때문에 어떤 피해자의 가족이 해외 여행 갔다고 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지 않나.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럴 있냐고. 그러나 결국 그들도 사람이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그런 여러 모습들을 담아낸다. 속으로 묵묵히 눈물을 삼키는 사람도 있고, 실없는 농담으로 날의 일을 선명케하려는 사람도 있으며, 때로는 짜증을 내는 사람도, 말그대로 동네방네 떠나가도록 펑펑 우는 사람도 보여준다. 재밌는 그들도 서로를 이해 못한다는 . 처음엔 어떻게 그럴 있냐-, 너가 이상한 아니냐- 라는 식으로 서로를 이해 못하다가, 결국엔 각자가 가진 애도의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프레임 곳곳을 무엇으로 채웠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영화다. 주인공들이 화면에 잡히고, 프레임의 남아도는 구석구석을 영화는 젊은 청춘들로 채운다. 이야기로만 따지면 그들이 등장할 필요 없었다.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는 아예 나오지 말았어야 관객의 시선 분산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기어코 그걸 하고야만다. 2014 4월의 아이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그랬을만한 모습으로 그걸 담아낸다. 그게 좋았다. 비극으로 사망한 어른들도 많았지만, 어쨌거나 절대 다수는 어린 아이들이었기에. 그들이 지금까지 각자만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면 나이가 그쯤 되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생일이 아닌 기일을 챙긴다. 그런데 영화는 생일일까. 그들이 떠난 기일이 아니라, 그들이 와준 생일. 그들이 떠나면서 우리에게 슬픔을 기억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왔기에 우리가 받은 기쁨과 행복을 간직하자는 . 오래오래 쥐고 있자는 .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는 영화다. 특히 후반부는 확실히 이상하다. 연기도 좋고, 의미도 파워풀 하지만 영화가 목적에만 너무 심취해 주저 앉아버렸다는 느낌이다.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극중 인물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자체는 영화로써 갸우뚱 해진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없이 <생일> 자꾸 자꾸 마음에 와닿는 영화다. 정치적인 다툼과 이전투구를 배제하고 그저 공감할 밖에 없는 그들의 슬픔을 함께 하자는 태도. 그게 영화가 가진 미덕이라면 미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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