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4 16:37

헬보이 극장전 (신작)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이 막을 내린 이후 채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했던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리부트 간격이 짧았던만큼 전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길예르모 델토로의 1편이 개봉한지 15년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거나 한 편의 영화가 한 세대의 대중들에게 온전히 잊혀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델토로의 리부트 전 두 편 다 흥행에서 망한 건 사실. 그래도 그 영화를 기억하고 또 좋아하는 내가 있잖아?

결국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결과는 판정패도 아닌 닐 마셜의 TKO다. 하여튼 리부트잖아. 새로운 1편인 거잖아. 그럼 주인공의 오리진 스토리에 집중 했어야지. 헬보이가 어떤 이유와 경로로 이 세계에 소환 되었었는지를 면밀히 보여주던 델토로의 그것과 달리,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성인이다. 채 캐릭터 소개 받을 시간도 없이 바로 뱀파이어와 레슬링 들어감. 헬보이 보다 오히려 그 엑스트라 뱀파이어가 더 흥미롭더라.

물론 <스파이더맨 - 홈커밍>도 그랬다. 리부트 두 번의 피로도를 줄여 보고자 주인공의 오리진 스토리를 과감히 생략했다. 근데 그건 '스파이더맨'이기 때문이잖아. 전세계에 스파이더맨 모르는 영화팬이 있냐고. 안 좋아할 순 있지만 모를 순 없다고. 그런다고 백 번 양보해서 헬보이가 스파이더맨 보다 더한 인기 캐릭터란 가상 행복 회로를 돌려봐도 답이 없다. 인기고 나발이고 어쨌든 헬보이 한 명한테만 집중 했어야지. 근데 이 영화는 오합지졸들의 각개전투 같다. 조연 캐릭터들이 다 주연 해쳐먹을려고 날뛴다. 

델토로의 1편도 그러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할 말 없다. 그 영화도 헬보이 외에 영화의 직접적인 화자인 존 메이어스가 있었고, 에이브나 리즈 셔먼도 있었다. 다만, 미세한 차이가 있지. 그들은 다 주인공인 헬보이에게 찰진 리액션만 선사했다. 액션의 본령은 모두 주인공 헬보이에게 있었다. 그래서 괜찮았다. 헌데 이 영화는 그냥 다 살아남으려고 허둥지둥한다. 꽈찌쭈가 멋지게 나와 좋긴 했지만 그 역시도 자기 사연 소개하랴 능력 선보이랴 허둥지둥이다. 그 옆의 젊은 영매 역시 능력 쇼케이스에 과거 사연도 읊어댄다. 그럼 악당들도 해줘야지. 바바야가와 그루아각, 이 두 잡놈도 말이 많다. 거기에 메인 빌런인 니무에까지. 그 모든 캐릭터들의 과거사가 모두 플래시백으로 소환된다. 아니, 농담 말고 진짜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전체 절반의 절반 정도가 과거 회상인 것 같다. 심지어 영화 시작이 니무에 오리진 스토리로 또 과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주인공도 과거 회상으로 소개되는 건뎈ㅋㅋㅋㅋㅋㅋㅋ

질감도 현격히 떨어진다. 델토로의 비전이 고루 녹아 있었던 세계관에서, 그냥 CG로 여기저기 덧바른 무채색 세계관. 헬보이가 징징대는 것도 괜찮고, 조연들이 주연 자리 꿰차려고 이전투구하는 것도 괜찮다. 근데 일단 세계관 자체의 매력이 너무 없지 않냐. 지금 버전은 그냥 향기 안 나는 꽃 같음.

헬보이가 아서 왕의 후손이었다는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어이가 털리는 설정이다. 원작 반영이라거나 원래 이 장르가 그렇다고 반박 해도 어쩔 수 없다. 유치한 설정을 넣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유치한 설정을 넣었으면 그걸 덜 유치해보이게 연출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근데 이 영화는 그것도 안함. 그냥 갑자기 멀린 관뚜껑 열고 엑스칼리버 설명 들어야 한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퀘스트 RPG 같다. 심지어 그 아서 왕의 혈통에 대한 설명도 과거 회상으로 막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어이 없네.

보고나서 니무에의 밀라 요보비치 밖에 안 남았던 영화. <토르 - 라그나로크>의 케이트 블란쳇과 이 영화의 밀라 요보비치는 짱이다. 이런 누나들이 같이 세계 멸망 시키자고 하면 냉큼 했을 거임. 이거 만들 돈 그냥 델토로 주고 3편 찍었으면 안 됐던 거냐. 결국 길예르모 델토로가 얼마나 우아한 연출자였는지만 다시금 상기시키는 리메이크였다.

뱀발 - 촬영 도중 불화가 있었다고 한다. 제작사의 간섭이 너무 심했고, 감독인 닐 마셜을 막 대했으며, 심지어 배우들 앞에서 하대 하기도 했다고. 그래서 월드 프리미어 때 닐 마셜 안 나왔다고 하던데. 하여간 촬영장 꼴 잘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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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녀 2019/04/14 18:40 # 답글

    저도 델토로의 헬보이를 너무 좋아합니다.
    진짜 재밌는데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모르겠어요.ㅠㅠ

    걸스 온 파이어!
  • CINEKOON 2019/04/19 17:31 #

    딱 정반합 같은 3부작 막타 기대했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더랬지요.
  • 로그온티어 2019/04/14 19:25 # 답글

    예산 문제 때문일 겁니다. 델 토로가 비주얼을 위해 예산을 펑펑(...) 썼는데, 헬보이1이 6600만이고 헬보이2는 8500만에 만들었죠. 근데 극장 흥행이 영 좋지 않은 반면에 델 토로는 자기비전을 위해 돈을 펑펑 쓰니 제작사 입장에서는 좋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

    그래서 이번 헬보이는 CG가 엄청 들어갔지만 5000만으로 제작했고, 그래서 제작비 다이어트에 성공한 셈입니다. 생각에 마샬과 다툰 이유도 예산 때문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헬보이는 존윅과 데드풀이 만난 악마적 히어로'라는 언급있던 것 보면 먼지쌓여 있던 이 프로젝트 가동시킨 목적은 존윅이나 데드풀처럼 R등급으로 흥행할 수 있을 만한 오락작품 만드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돌려 말하자면, 그 것 외엔 깊게 들어갈 생각은 없던 겁니다.

    문제는, 헬보이를 기다린 팬들은 헬보이를 그냥 오락물이 아니라 잘 다듬은 작품으로 만들어줬음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락물로는 아무 생각없이 볼만했지만, 헬보이로서는 아쉬운 작품이 나온 겁니다. 로튼 점수가 낮지만, 가이 리치의 킹 아서도 이와 비슷하게 낮지만, 나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리치의 스타일이 이빠이 들어간 '신화의 재구성'은 진지함 빼고 보면 볼만했거든요. 그와 같이 본 작품도 블러디한 오락물로 봐야 하는 겁니다.
  • CINEKOON 2019/04/19 17:32 #

    근데 아무리 그래도 시작하자마자 뱀파이어랑 레슬링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_+
  • 더스크 2019/04/14 22:10 # 답글

    이야기의 짜임새도 충분하지 못했고, 분명 cg는 확실히 티가 나기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던져대는 유머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피 철철 흐르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R등급임을 확고히 했으니, 그냥저냥 볼만한 스낵 무비로는 나쁘지 않았다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겠죠. 좀만 더 노력하지 그랬니...
  • CINEKOON 2019/04/19 17:32 #

    꽈찌쭈 더 보고 싶은데 아마 속편 확정은 불투명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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