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8 14:17

바이스 극장전 (신작)


누차 하는 이야기지만, 인생사 모든 정치적인 것이다. 오늘 약속 장소까지 버스를 타고 것인지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것인지를 고민하고 정하는 것도 스스로와 하는 정치요, 약속 장소 나가서 가성비 괜찮은 허름한 맛집을 갈지 아니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갈지 약속 상대와 옥신각신하는 역시 타인과 하는 정치다. 어쩌면 인생사 가장 작은 정치들 하나. 이렇듯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도 정치 투성이인데 세계 최강대국의 수뇌부, 그것도 왕년에 조지고 부시던 대통령의 행정부 사람들 인생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전작 <빅 쇼트> 풍비박산난 미국의 경제계를 들여다보던 아담 멕케이가 선택한 새로운 타겟은 미국의 정치계다. 그것도 아들 부시 임기 시절. 그런데 궁금해졌다. 체니가 여러모로 흥미로운 정치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영화를 보고나서의 이야기잖아. 어쨌거나 전세계 사람들의 태반은 체니를 모르고, 조지 W 부시는 지독하게 안다. 그리고 팩트가 어쨌건 간에, 영화적으로만 놓고보면 조지 부시를 주인공으로 삼아야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았겠냐고.


그럼에도 조지 부시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은 것은, 체니라는 인물에게 최대한 객관성을 주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말해놓고 보니 이상하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할 밖에 없지 대체 어떻게 객관적이 되냐고? 만약 조지 부시가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그의 시선에서 체니는 십중팔구 의뭉스럽고 최종 흑막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일종의 숨겨진 보스로 보여졌을 가능성이 컸을 같다. , 실제로 조지 부시가 체니를 그렇게까지 경계한 같진 않지만. 어쨌거나 조지 부시의 실제 평판이나 행동거지가 어땠든 관객으로선 주인공의 편에 밖에 없는 건데, 그러자면 체니가 일종의 악역처럼 보일 소지가 있지 않았겠나. 


아니, 그럼 지금 버전의 영화는 체니가 주인공이니 마냥 좋게만 보이냐. 그건 아니다. 영화가 어떤 편견도 배제하려는 듯한 늬앙스를 많이 풍기거든. 요즘같이 보수가 득세한 상황에서 보수의 심장과도 같았던 인물을 끄집어내 영화화하면 보통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으로 그려낼 가능성이 다분한데, 여기서의 체니는 존나 입체적이다. 막판에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에게 늘어놓는 일장 연설이 그래서 대단함. 여기서 인물이 뻔뻔하게 보이지 않고, 당당하게 보이더라. 그러니까 관객으로선 '나쁜놈인 같긴 한데 당당한 보니 최소한 자기 스스로의 신념은 올곧았던 사람이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근데 이후엔 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수고 나발이고 진보고 나발이고 그냥 돌려까는 영화다. 정치에 지나치게 관심있는 사람들도, 정치에 지나치게 관심없는 사람들도 그냥 모두까기 하는 공격적인 영화. 근데 그게 진짜라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 쇼트> 좋았던 대단한 스크랩북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보면 덕지덕지 바른 느낌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그게 마감이 탓에 근사해 보이는 거라. < 쇼트> 그런 영화였고, 정말이지 재기발랄한 영화였다. 


그에 반해 <바이스> 거칠다. 분명 재치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게 극과 붙지 않는, 일종의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다. 여기에 어려운 경제 용어들을 남발했음에도 영화적 재미를 크게 잃지 않았던 < 쇼트> 달리, <바이스> 중간에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 서사 자체가 마구 꼬여있는 영화다 보니 이야기 하고 반복하는 느낌이 있다고 해야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영화인 것은 맞다. 대단한 연기가 있고, 훌륭한 편집이 있으며, 모든 촘촘하게 조율하고 이어붙인 근사한 연출이 있다. 이번 영화는 아담 멕케이의 미국 현대사 스크랩북이었다- 정도로 요약할 있을 같은데, 이왕 길로 걷는 스크랩북 정도만 해줘도 괜찮을 같다. 경졔랑 정치 깠으니 다음엔 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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