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9 18:00

미성년 극장전 (신작)


'어른'이라고 하면 흔히들 기대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진중하고, 사려 깊으며, 그야말로 '어른스럽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그런데 이 영화 속 어른들은 아니다. 사려 깊기는 커녕 감정 앞서 행동하고, 진중 하기는 커녕 도망치려 하며, 그야말로 '철 덜 든' 어른들의 집합체. 정작 영화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건 미성년자인 아이들 뿐이다.

불륜을 저지른 남자는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우습지만, 모든 게 다 밝혀진 이후에 선택한다는 것이 고작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망'이라는 점에서 더 실소를 자아낸다. 남자의 불륜 상대인 여자는 남자가 이미 유부남인 것을 알고도 사랑의 낭만성만을 믿고 돌진 했으며, 불륜남의 아기를 가진 이후에도 그 아기 보다 스스로를 더 생각한다. 어차피 죽을 아기였다해도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아기에게 애초 정을 주지 않은 것은 그저 이후 벌어질 상실로부터 오직 스스로만을 보호하려했던 게 아닌가. 남자의 아내는 일견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홧김에 한 행동 탓에 비극 아닌 비극을 불러오며, 겉으론 멀쩡한척 해도 속은 이미 벌겋게 탔다. 여기에 잠깐 제시되는 불륜녀의 도박중독자 전 남편은 덤.

그런 철없는 어른들이 그래도 어른이랍시고 만들어놓은 각종 '선'들을 넘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무단 결석하고, 넘으면 흡연자로 간주될 학교 옥상의 바리게이트를 넘으며, 죽은 동생의 시신을 수습하고, 또 일견 반인륜적으로 보이는 유골 우유에 타 마시기를 실천한다. 여기에 잠깐 제시되는 폭주족 아이들의 어른 상대 강도질은 덤.

배우들의 연기와 앙상블이 좋은 영화다. 배우 출신 감독이 갖는 이점이라고 해야할까. 영화는 종종 어긋난 톤 앤 매너로 관객들에게 불균질함을 선사하고, 종종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붙드는 건 실험적이기 보다 안정성을 택한 감독의 차분한 연출과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다. 염정아, 김소진, 김윤 석 등의 기성 배우들이야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연기자인지라 딱 기대한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느낌이지만, 가장 빛나는 건 극중 아이들을 연기한 김혜준과 박세진이다. 

앙상블이 좋다보니 감정과 코미디가 좋을 수 밖에. 모처럼 만난 재밌는 데뷔작. 근데 좀 재수 없다. 은근히 비평적으로 망하길 바랐었는데. 한 사람이 연기도 잘하는데 연출도 잘하면 그거야말로 반칙 아니냐. 재수 없어,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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