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1 12:12

퍼스트 리폼드 극장전 (신작)


본인 스스로의 스타일을 항상 이전의 그 어떤 선배 감독들에게도 온전히 천착하지 않는 일종의 '초월적'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했던 폴 슈레이더의 신작. 짐짓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딱히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거니와, 그리고 이번 영화까지 보면 정말 일종의 '초월적' 영화를 만든 게 맞는 것 같아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

존나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오래된 옛 교회의 외부를 강조하는 영화의 첫 쇼트를 보면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 같은 종교 영화인가' 싶다가도, 또 알콜 중독 주인공이 술 쳐마시고 본인 아들 죽은 이야기하는 거 보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같은 영화 아냐?' 싶은데, 또 뜬금없이 환경 파괴와 지구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 같네' 싶어진다. 그러다 또 갑자기 사람이 죽어나가고 영화에 일종의 절대 악이 상정되는 순간 '그냥 다 필요 없고 결국 타란티노 식 이야기인 건가' 싶어지는 기괴한 영화. 여러모로 초월적 영화 맞네.

무언가 영적인 것이 서려있는 영화다. 주인공 톨러 목사와 메리가 '신비한 마법 여행'을 하는 장면에선 그게 절정을 이룬다. 섹슈얼한 텐션이 가득 올랐다가 짐짓 의도치 않았던 실수인 것처럼 보이는 메리의 머리칼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부터, 그 영적인 느낌이 극대화된다. 그리고 둘이 심지어 날아다님. 

사실 좋은 영화고 잘 만든 영화지만, 세간의 고평가 보다는 의외로 평범한 영화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마저 초월해버리는 격정의 엔딩.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영화 초반 마이클이 말했지, 이런 희망 없는 세상에 아이를 낳기 싫다고. 멍청아, 아이 자체가 희망이다. 지구의 모든 인류가 마이클의 생각에 따라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면, 그 이후는 없을 것이다. 아이 자체가 희망이다. 낳지 않겠다는 건 그냥 모든 것을 일순간에 놓고 포기해버리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근데 막판에 톨러 목사가 그걸 한 번 더 보여 준다. 물리적 복수를 포기하고 정신적 복수를 하려던 톨러 목사에게, 메리가 다가서지 않나. 그리고 둘은 격한 포옹과 키스를 나누지 않나.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이 중요함을 안다. 믿음도 중하고, 분노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사랑이다. 그게 구원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이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구원의 결실 역시 결국 희망을 낳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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