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8 17:27

마법에 걸린 사랑, 2008 대여점 (구작)


패러디는 패러디대로 다 하면서, 전통은 또 전통대로 다 지키고, 여기에 변주하고 싶은 건 또 하고 싶은대로 다 변주한 영화. 제목만 듣곤 유치할 것 같다며 마다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유치할 것 같아도 일단 무조건 한 번 보라고 추천하는 영화.

엄청 거창하게 추천사 쓰긴 했지만 사실 유치한 부분도 실제로 많고, 개연성 떨어지는 요소들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납득되는 건 역시 특유의 그 톤 때문이다. 아예 전통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영화이다보니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부분들까지도 모두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되는 것.

말그대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톡 하고 튀어나와 현실로 떨어진 지젤. 그녀는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운명적 사랑을 믿고, 여기에 더해서 '영원히 행복하게'라는 디즈니 캐치프라이즈를 맹렬히 신봉한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디즈니 공주인 건데, 이 옆의 파트너로 이혼 전문 변호사 붙여준게 묘하게 디즈니스럽지 않은 결정 같으면서도 그래서 또 재밌다. 그리고 이런 무덤덤하고 피곤해보이는 역할로 패트릭 뎀시야 뭐 제격이고.

두 남녀 메인 타이틀롤인 지젤과 패트릭으로 이야기 전개를 해나가는 반면, 에드워드 왕자와 그 시종을 드는 나다니엘, 그리고 다람쥐 핍 트리오를 섞어 유머를 강조하는 진행이 깔끔하게 잘 배합되어 있다. 제임스 마스던은 참 좋아했던 배우인데, 역시 이런 얼빠진 연기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싱어의 <엑스맨>에선 그걸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현실적이면서 동화적인 영화의 톤을 제대로 보여주는 건 역시 도시 비둘기와 쥐 떼를 소환해 집 청소 하는 장면일 것이다. 보는내내 구역질이 나면서도 신나고 좋음. 여기 지젤 추임새가 너무 웃긴다.

이 영화 이후의 에이미 아담스를 보면서는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물론 외모가 예쁜 배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가 그런 이미지에 딱히 천착하지 않았던 듯 한데, 오랜만에 다시 본 이 영화에선 눈이 부시게 아름답더라. 이렇게 젊었었나 싶기도 하고. 이상하게 패트릭 뎀시는 한결 같이 늙은 것 같은데 에이미 아담스는 반대임.

하여간 좀 유치하지만 졸라 재밌는 영화다. 남의 집 커튼으로 예쁜 드레스를 만드는 재주가 있던 지젤이 자신만의 의류 브랜드를 런칭 하면서 끝나는 거 보고 처음 봤을 땐 대단한 현실 반영이다 싶어서 웃었었는데, 요즘 다시 보니 의류 브랜드고 나발이고 그냥 유튜버 해야겠더라. 동물 떼랑 교감하는 영상 찍고 업로드하면 구독과 좋아요 꽤 많이 받을 수 있을 듯.

뱀발 - 내레이션은 줄리 앤드류스의 목소리. 어째 내레이션부터 동화책 읽어주는 편안함이 느껴지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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