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3 17:20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2016 대여점 (구작)


스페이스 오페라와 밀리터리물의 진지한 만남. 그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장해서. 

기존의 시리즈가 제다이와 시스라는 일부 특권층 영웅들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그 아래에서 죽도록 구르고 고생했던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다. 물론 그 일반인들이 막판에 가서야 영웅으로서 장렬하게 산화하긴 하지만, 어쨌든 특권 의식을 모두 내려놓고 시작하는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특별하다.

다만 그럼에도 기존 시리즈를 완벽하게 배반 하기에는 조금 걱정 되었던지, 주인공의 뒷이야기엔 이 시리즈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을 가족 드라마가 서려있다. 이 시리즈에 언제나 드리워져있던 '아버지'라는 존재의 그림자. 그게 이 영화에서도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그 주인공의 아버지가 영화 중반부쯤 광탈 해버리는 전개에선 살짝 놀라기도 했었지.

오리지널 3부작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 받아 미적인 감각이 굉장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동안 발전했던 CG 기술력을 아예 안 쓰는 것도 아니다. 더럽게 잘 썼다. 그야말로 오리지널 3부작의 기조와 7,80년대에는 차마 시도할 수 없었던 비주얼 향연들의 조합. 어쩌면 프리퀄 3부작에서 우리가 원했던 던건 이런 것들이었으리라.

<새로운 희망>에서 멋진 카리스마를 선사 했던 제국 넘버 2 타킨 총독. 하지만 그도 알고보니 부하 직원의 공이나 가로채고 먹튀하는 놈이었다는 데에선 나름의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결국 제국도 사람사는 곳이구나'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이 세계관의 우주에서 우리 세계관의 사회 생활이 보이는 것 같아 문득 두려워지기도 하고.

오랜만에 돌아온 스톰 트루퍼도 반갑지만, 이 영화 최고의 디자인은 아무래도 데스 트루퍼와 스카리프 트루퍼들이다. 아니, 이렇게 기막힌 디자인 또 할 수 있으면서 대체 왜 시퀄 3부작에선 안 하는 거냐고... 퍼스트 오더 스톰 트루퍼들은 왜 하나같이 다 묘하게 디즈니스러운 거냐고. 생각할수록 어이가 털리는 일이다.

물론 단점도 있는 영화다. 포레스트 휘태커씩이나 캐스팅 해놓고는 잘 써먹지 못했고, 무엇보다 그 캐릭터의 스토리라인들이 어찌보면 죄다 쓸데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감독 특유의 양감을 살리는 연출은 훌륭하지만 그 외 디테일이 좀 떨어지고, 로그 원 특공대의 멤버들이 서로 모이고 규합하는 장면들 역시 감정적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시리즈 전체의 약점이었던 핵심적 옥의 티를 비교적 잘 숨긴 것과 더불어,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 팬심을 달래주었다는 데에선 그 의의가 크다. 그리고 다 떠나서 영화 막판 그 분의 무쌍 장면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보물같은 장면이기도 하고. 

하여튼 좋아하는 영화. 부족한 부분들이 종종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 했으면 됐지- 싶어지는 영화. 다른 사람들 다 욕하는 <라스트 제다이> 나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지만, 그럼에도 시퀄 3부작의 전체 기조가 이 영화와 같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뱀발 - 이 영화의 메인 빌런 크레닉을 연기한 벤 멘델슨은 이후 <레디 플레이어 원><캡틴 마블>을 거치며 악역 전문 배우로서의 명성을 공고히 하게 된다. 근데 그냥 악역 말고 뭔가 허접하고 인간미 넘치는 악역이라는 게 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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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9/05/05 02:17 # 답글

    캡틴 마블에서는 악역이라기보단 좀 애매한 역할이라 미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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