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4 16:59

나의 특별한 형제 극장전 (신작)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삼는 코미디. 생각보다 어려운 거다. 코미디라고 그냥 냅다 희화화 했다가는 욕만 무진장 얻어먹을 수 있고, 그렇다고 진지한 태도로만 임하자니 코미디 장르로써 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게 사실. 그 점에서 육상효 감독의 <방가? 방가!>와 궤가 비슷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

지체 장애인과 지적 장애인 형제 콤비를 타이틀로 두면서도 잇속은 다 잘 챙긴다. 주인공들의 자기 연민이나 처량함이 동정심 구걸하는 느낌으로 끝나지도 않고, 적당히 재밌으면서도 어찌되었든 장애인 인권에 대한 주장도 확실하다. 최소한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신파가 없다는 점. 시놉시스 읽을 때부터 신파로 빠지기 딱 좋은 소재란 생각 들었었는데 역시 제작진도 그걸 알았던 모양이다. 

수영코치 미현이 지체 장애인인 세하에게 묻는다. "만약 줄기세포 기술이 발전해서 두 발로 다시 걷게 된다면, 뭘 가장 먼저 해보고 싶어요? 여기에 세하가 답한다. "약속 시간에 늦어서 뛰어가보고 싶지."

그런데 이 이야기를 보란듯이 후반에 해내더라. 꼭 두 발로 뛰지 않아도, 자신의 의지와 결심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미지.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바로 그 지점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슬플 수도 있고, 마냥 좋은 상황처럼 보이지도 않는 상황인데 그걸 발랄하게 표현해내서. 내가 <미스 리틀 선샤인>을 좋아하는 이유랑 비슷하다. 주인공이 달리는데, 거기서 슬픈 음악이 나오지 않아 좋았다. 오히려 발랄한 음악이 나와서 더 슬펐다.

다만 코미디 타율이 좀 부족하다. 더불어 미현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두 형제 사이에 얽힌 것까진 이해되지만 그 이후의 행보에 설득력이 없는 점은 아쉽다. 허나 세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에서 배우가 삐끗했다면 다 망쳤을 것이다.

세하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는 이미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벤져스 - 엔드 게임> 때문에 상영관 찾기가 쉽지 않아 겨우겨우 조조로 본 영화인데, 다 보고 나서 나의 아침을 망치지는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