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1 15:29

나는 악마를 사랑했다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가 만든 오리지널 신작. 잔인무도한 연쇄 살인마이자 잘생긴 호감형 스타이기도 했던 테드 번디의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가장 재밌는 건 테드 번디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 물론 테드 번디가 가장 많이 나오는 것도 맞고 그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도 맞지만, 영화의 감정적 초점은 아무래도 그를 사랑했던 한 여자 '리즈'에게 맞춰져있거든. 그렇다보니 연쇄 살인마를 다루는 일반적인 영화들보다 그 궤가 좀 다른데, 일단 살인 장면 그 자체를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가 연쇄 살인마의 잔학한 학살을 그리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신뢰를 점차 잃으며 그 스스로도 죄책감에 빠져 인생 파탄 나는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때문에 영화에서 리즈는 테드에게 시종일관 '정말 너가 그런 거냐'라고 묻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테드는 '절대 아니다'로 일관한다. 때문에 살인 묘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

근데 이렇게 진행되다보니 실존 인물의 캐릭터와 영화의 장르적 형식이 대단히 잘 포개진다. 테드 번디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보여준다면, 영화의 초반부까지 이 영화가 연쇄 살인마를 다루는 스릴러라는 것을 그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영화 초반만 보자면, 진짜 그냥 진득한 멜로 같이 연출되어 있다. 이런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는 전개인 거지. 그러다가 결국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테드는 경찰에 체포되고, 감옥에도 수감된다. 근데 앞을 멜로처럼 깔아둔지라 여기까지도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영화처럼 느껴지는 게 재미있음. 테드 번디라는 작자가 끝까지 시치미 뗐던 작자였던지라 이 전개가 굉장히 잘 먹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우리 모두는 우리 주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과연 얼마만큼이나 알고 있는 걸까. 막상 나만 놓고 따져봐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고 또 숨겼던 게 테드 번디의 삶이었나 싶기도 했다. 

하여튼 넷플릭스가 장사 졸라 잘하는 게, 이거 다 보고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다음 자동 재생으로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다큐멘터리 <테드 번디 테이프> 예고편 뜨게 해놨더라. 비열한 놈들. 결국 내가 찜한 콘텐츠에 하나 추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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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5/11 19:01 # 답글

    비열하니까 컨텐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거져
  • CINEKOON 2019/05/18 21:11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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