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칭 시점 영화'는 곧 독이 든 성배다. 게임 업계에서 불타오른 유행을 영화에도 적용시켜보자는 그 용기 하나만큼은 인정해야하겠다. 하지만 괜찮은 결과물을 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게 사실.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했던 <둠>이 그 도전을 했었지만 딱 절반의 성공일 뿐이었다. 애초에 영화 전체가 1인칭 시점인 것이 아니었거든. 겨우 후반부 몇 분 정도가 1인칭 시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참신하긴 했다. 영화 전체의 퀄리티는 이미 요단강을 건넌 상태였지만, 그 장면의 쾌감만큼은 대단했었거든. 이후 <클로버필드>나 <크로니클> 같은 영화들이 그 시도를 변종적으로 재해석해 받아들였고, 결과는 나름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화들이 진짜배기 1인칭 시점이었던 건 아니잖아. 다 카메라 통해서 본 설정이었으니까. 그러다 등장한 영화가 바로 <하드코어 헨리> 되시겠다. 영화 전체를 진짜배기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시켜보자는 도전의 결과물.
결론부터 말하면 도전 실패다. 아니, 시도 자체는 충분히 유의미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됐다. 애초에 왜 기존 영화들이 런닝타임 전체를 1인칭 시점으로 시도하지 않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더 빠르다. 겁나 어지럽다. 뭔 상황인지 잘 알지도 못하겠다. <클로버필드>도 그런 비판들을 듣긴 했었지만, 어쨌든 특유의 분위기로 밀고 나간 영화였잖나. 근데 이 영화는 특유의 분위기 그딴 것도 별로 없고, 오직 1인칭 시점을 통해 얼마나 관객들의 머릿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지만 연구한 것 같다.
이야기 자체도 존나 뻔한 3류 SF 액션 스릴러 설정인데 1인칭 시점인 것을 빼면 그닥 눈에 띄는 액션 설계도 전무. 게다가 주인공 얼굴 딱 한 번 희미하게 보여주는 영화인데 감정이입 같은 게 될리가 만무하지. 아니, 애초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그럼 오히려 감정이입이 쉽지 않느냐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대단히 어렵더라. 나도 1인칭으로 찍으면 더 감정이입하기 쉬울 줄 알았지, 이 영화 보기 전까지는.
보는내내 그냥 찍느라 고생했겠구나- 정도의 생각 밖에 안 들더라. 근데 이건 또 바꿔 말하면 영화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되거든. 심지어 세계관 설정도 엉망이고, 그나마 신이 나서 등장하는 샬토 코플리의 연기덕질 보는 재미 밖에 없었음.
뱀발 - 헤일리 베넷 졸라 이쁨.
덧글
로그온티어 2019/05/13 22:31 # 답글
CINEKOON 2019/05/18 21:12 #
그루미온 2019/05/13 22:44 # 삭제 답글
CINEKOON 2019/05/18 21:12 #
dennis 2019/05/27 10:20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