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8 17:37

명탐정 피카츄 극장전 (신작)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게임이든. '포켓몬스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조는 누가 뭐래도 배틀물로써의 이미지다. 꼬맹이 한 명이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파티 만들어 포켓몬끼리 쌈 붙이는. 때문에 이 실사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의문이 들었다. 대체 왜 '명탐정 피카츄'인 걸까- 하는. 근데 영화를 막상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 일단 실사화가 그런 방향을 진행되었다면 이야기 자체의 전형성도 문제지만 진행 자체가 지지부진 했을 거다. 한 시즌짜리 TV 시리즈면 또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건 90분여의 런닝타임 안에서 다 쇼부 봐야하는 '영화'인 거잖아. 또 한 가지 문제는, 이 콘텐츠를 실사로 옮겼을 경우 가해질만한 비판점들 역시 명확 했다는 점. 안 그래도 원작 보고 동물학대 쇼라 분분한데, 이거 정말 실사화로 나왔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을 거다. 막상 영화에 담겨 있는 불법 배틀 장면만해도 뭔가 찜찜 하거든.

두갈래 길이 있었다 제목답게 앗쌀한 탐정물로 가는 방법, 아니면 그냥 '포켓몬'이라는 무소불위의 파워를 가진 콘텐츠로만 빡세게 밀고 나가 팬무비로 가는 방법. 하지만 정작 본 영화는, 그 둘 중 무엇도 온전하게 해내진 못한 모양새다. 일단 탐정물로써 프로덕션 디자인은 칭찬할 만하다.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가 떠오르는 라임 시티의 뒷골목은 정말이지 마음에 든다. 물론 이게 포켓몬 세계관에 썩 어울리는 이미지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소위 말하는 '룩'만 좋아서 뭐해. 탐정물로 보기에 치명적인 약점은 이야기가 뻔하고, 또 안 그래도 뻔한 그 이야기를 더 뻔하게 만드는 캐스팅이다. 영화 초반에 빌 나이 나오자마자 입 밖으로 그런 말이 나오더라. '저 아저씨 착한 아저씨 아닐텐데'라고. 그리고 혹시나가 역시나, 결국 이 영화의 최종 흑막이었음.

솔직히 말해 만드는 사람들이 각본 단계에서 가장 먼저 빼버렸어야 할 것은 바로 최첨단 홀로그램 시스템이다. 탐정물이란 게 근본적으로 단서와 정황을 통한 추리로 쾌감을 주는 장르인 건데, 이 최첨단 홀로그램이라는 건 오지게 편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다. 자기 입으로 명탐정이라 지껄이기는 하지만, 막상 영화 다 보고 나면 그 놈의 피카츄가 제대로 해결한 게 1도 없다. 저 최첨단 홀로그램 시스템은 정말로 최첨단이라, 그냥 우리 인생을 통째로 리와인드해 내구성해낼 수 있는 수준인데, 거기에 굳이 뭣하러 추리 하냐고. 그냥 책상에 앉아 그 놈의 최첨단 홀로그램 시스템 돌리면 만사 형통이지. 이건 그냥 통째로 빼버렸어야 했다.

아, 최첨단 홀로그램 시스템과 더불어 이 영화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듀얼 코어로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뮤츠의 존재. 얼핏 보기엔 영화의 메인 악역처럼 설정되어 있으나, 그 능력과 힘 자체가 워낙 전지전능해서 그냥 이야기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설정한 또다른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밖에 안 보인다는 게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별로 없다.

거대 토대부기들이 자다 깨는 장면은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 일단 더럽게 길고, 영화의 이전 톤과도 너무나 상이하며, 그 자체로 별 재미도 없다. 그냥 그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더라. 분명 더 좋은 연출이 있었을텐데.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로도 그냥저냥일 뿐인 게, 서비스 컷으로 귀여움을 한 접시 두 접시 담아주는 게 아니다. 그냥 맛보기만 좀 본 느낌? 물론 피카츄 귀엽긴 하다. 그 귀여운 면상 클로즈업으로도 많이 잡아주는 게 사실이고. 허나 막판에 대규모 퍼레이드 하나 예약 해놨으면 꼬부기랑 파이리 댄스 장면 같은 거 하나 넣어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푸린이나 이상해씨나 막 쏟아져나오기는 하는데 이야기에 잘 붙지도 않고 뜬금없다. 하나 그냥 딱 진득하게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듯. 그와중에 1세대 포켓몬 밖에 모르는 나

그나마 이 영화가 조금이라도 건진 건 결국 주인공의 감정 묘사다. 이것 역시 가족 영화로써는 너무 흔한 공식이지만, 그럼에도 배우의 연기과 경제적인 설정 묘사로 좀 상쇄 되더라. 그래도 막판에 라이언 레이놀즈 직접 나올 땐 좀 깼음.

결론.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그냥 저냥인 영화. 차라리 존나 하드보일드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 해본다. 잔인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알고보니 고라파덕! 이런 거 재밌잖아 원작자가 허락 안 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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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5/18 18:36 # 답글

    데드풀 쪽이 주력이라 여기선 입만 털다 간 피카츄 (...)
  • CINEKOON 2019/05/18 21:12 #

    확실히 뭔가 부업이라 대충한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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