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언가의 기원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알파 - 위대한 여정>은 인간이 수렵 활동으로 연명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 할 수 있을 '개'의 기원에 대해 그린다. 도대체 개가 무슨 빚 같은 걸 진 게 아니고서야 인간에게 이렇게도 충성스러운 거냐고. 하여튼 그래서 이번 영화는, 생존 영화의 탈을 쓴 애견 영화.
근데 진부하기로는 탑. 무리에서 떨어진 약골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한다-라는 점에서 벌써 뻔한데, 구성도 존나 진부하다. 이 정도면 클리셰가 아니라 그냥 게으른 각본이다. 막말로 늑대인 '알파'를 애완견으로 들인다는 점만 빼면 그냥 뻔한 서바이벌 로드 무비. 살을 에는 추위와 싸우는 것도, 포식동물을 피해 달리는 것도 다 어디서 본 거다. 솔직히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생각만 계속 나던데.
때문에 영화를 간신히 붙들고 있는 건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치, 그리고 소재 뿐이다. 진짜 개의 기원을 다룬다는 아이디어 마저도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개의 기원을 다룬다는 아이디어 하나 믿고 돌진해 이렇게 된 건가 싶은 기묘한 영화. 못 만들고 후진 영화는 분명 아니다. 사실 따지지 않고 그냥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거든. 그냥 성의가 없을 뿐.
동물, 특히 개를 좋아하면서도 좀 무서워하는 입장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재미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영화가 재밌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동물을 좋아해서 재밌는 거라. 알파가 몸을 바쳐서 주인공을 지킬 때, 또 추운 눈밭 한 가운데에서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을 때. 그런 것들이 좋았다. 아, 그냥 개가 좋다.
덧글
로그온티어 2019/05/19 01:29 # 답글
그걸 보고 극한의 흥분에 몸둘 바를 모르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소년과 개 이후로 그렇게 흥분되는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지금도, 진정한 애완동물 작품으로 꼽습니다. 반려동물 반려동물합니다만, 키워놓고 방관하면서 무슨 반려동물인 가요! 험한 삶, 같이 싸워나가야 동반자죠.
...개소리 미안합니다, 개가 나오니 저도 모르게 신나서 펄쩍펄쩍 뛰게 되네요.
CINEKOON 2019/05/26 17:15 #
로그온티어 2019/05/26 1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