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9 16:16

아워 이디엇 브라더, 2012 대여점 (구작)


국내판 포스터 카피대로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인 건 맞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비유하면 멋진 정원 한 가운데에 놓인 아늑하고 포근한 소파에 걸터앉아 대마 흡입하며 느끼는 안정감 같은 영화다. 이렇게 썼다고 해서 '너 대마초 피운 기분 어떻게 아는 거냐'라고 하면서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대마를 좋아하기도 하고, 뭔가 영화가 뻔하고 덜 떨어졌는데 그게 그냥 편안해보여 좋다고 해야하나. 때문에 폴 러드라는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갖다 써먹는 영화다. 요즘에야 MCU에서 수퍼히어로로 데뷔했지만, 사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귀여운 한량 같은 느낌이었잖아. <앤트맨>에서도 그런잖아? 이 영화가 그 이미지를 착하게 극대화한 것만 같다.

제목답게 어딘가 덜 떨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주인공 네드. 사람을 쉽게 믿고, 말을 가려 해야할 자리에서는 지나친 솔직함 때문에 화를 산다. 극 중 네드의 누나나 여동생도 그를 골칫덩이 취급하고, 이 꼴 계속 보고 있으면 관객들마저도 '어휴, 저 덜 떨어진 놈'을 연발하게 됨. 근데 다 보고 나면 그게 그냥 네드의 삶의 방식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누군가에겐 덜 떨어져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순수하게 남들을 좀 더 믿었을 뿐이다. 내가 선의를 베푼만큼 남들도 그러할 거라고 믿으며. 근데 사실, 우리 모두 그렇게 믿고 싶어 하잖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들 중 대부분은 곱게 준 말을 곱게 되돌려 받지 못했다. 때문에 교과서 같은 말 집어치우고 그냥 거칠게 사는 거지. 손해 안 보고 살아가려면 이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하며. 때문에 네드의 행동은 짐짓 멍청해보이고, 또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그 역시도 착한 판타지였다는 점에서 믿고 싶어지게 된다. 이 영화 속 네드는 그냥 멍청한 버전의 캡틴 아메리카 같다. 그런 거 있잖아, 그냥 주인공이 너무 호감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싶어지게 되는. 네드가 딱 그렇다. 

그러다보니 관객으로서 온전히 네드의 편에 서게 되고, 네드 앞 막는 것들 그냥 싹 조지고 싶어짐.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동네 공식 바보에게 위장 수사 아닌 위장 수사로 함정 파서 구속하는 게. 그 헤어진 여자친구도 진짜 쓰잘데기 없는 욕심부리고 있고. 근데 인생이 참 재밌는 건, 전 여자친구의 현 남자친구와 결국 동업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느냐는 거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예전에 가족 구성원 간에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러고도 우리가 가족이냐?' 근데 따지고보면, 그냥 피가 섞였을 뿐인 거다. 성격과 취향과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아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같이 보듬고 사는 것. 그게 가족이다. 때문에 '이러고도 우리가 가족이냐?'는 말은 비꼬아서 쓸 것이 아니라, '이러고도 우리가 가족이다.'라고 바꿔 써야 바람직하다. 이렇지만, 그래도 가족이다.

뱀발 - 예전의 스티브 쿠건에겐 요즘의 크리스토프 왈츠 같은 느낌이 있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