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5 14:52

마리아 극장전 (신작)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 이야기를 해야겠다. 영화, 엄청 뻔하다. 과묵한 만능 킬러 남자 주인공이 옆집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가 몸담고 있던 어둠의 세계가 여자를 위협하게 되자 결국 주인공이 피의 복수를 벌인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지하게 많지 않나. 게다가 영화는 후까시도 엄청 잡는다. 따지고 보면 없는 이야기에서 폼만 겁나 잡아댄다는 거다. 근데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후까시가 멋져 보였다. 바로 이런 곳에서 연출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마리아> 후까시를 엄청 잡는 영화이지만, 정작 폼은 나는 영화다. 태어나서 모든 액션 영화들의 클리셰가 편에 몰빵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킬러로 이름 날리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 얻은 가족들, 특히 딸과 알콩달콩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악녀> 그것과 비슷하다. 근데 과거 동료들이 그녀의 신분을 알아내 가족들을 싸그리 죽여버려서 그녀가 복수를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 말할 것도 없겠지. 보다보면 <아저씨> 생각나고 <이퀄라이저> 생각나고 <폴라> 생각나고 하여튼 그렇다. 여기에 어둠의 조직들끼리 맺은 협정과 협정이 유효한 숙박업소의 이미지는 < > 그것이며, 중간에 등장하는 롱테이크 트래킹 액션씬은 <올드보이> 장도리 액션씬을 노골적으로 가져온 장면이다. 아니,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감독이나 제작진이 왠지 한국 영화 열심히 봤을 같더라고. 폭력성의 수위도 그렇고 특유의 분위기도 그렇고.


이뿐만이 아니다. 세부적인 부분들 역시 모두 클리셰 총집편인데, 막판 최종보스와 싸울 건파이트가 아니라 주먹으로 단도리질 해야함. 게다가 싸움터는 모래밭 위고, 여기에 갑자기 비까지 내린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클리셰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히 사용하면 긍정적 의미의 역효과를 수도 있다. 근데 영화는 그냥 고민이 없었고, 무엇보다 세련되지 못한채 투박하고 촌스러웠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감독은 클로즈업과 원수를 졌나? 영화에 클로즈업이 거의 없다. 액션 장면은 물론이고 인물들의 감정이 중요한 장면들 역시 죄다 바스트샷 이상의 쇼트 사이즈로 찍어놨다. 그래서 몰입이 된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다. 액션 동작은 화려하지만 감흥이 없고, 인물들의 대화에선 누구의 감정에 집중해야할지 분간이 선다. 조직의 우두머리를 소개하는데 카리스마를 주고 싶었더라면 클로즈업도 넣고 했어야지. 영화는 조직 우두머리가 사람 마구잡이로 패고 죽일 때도 흔한 클로즈업 하나 없다. 그러다보니 우두머리가 별로 무섭고, 그냥 맥락 없이 사람 패기만 하는 허수아비로 보인다. 이건 진짜 문제다.


영화에서 뻔하지 않았던 하나. 어린 여자 아이를 과감하게 죽여버렸다는 . 근데 이것도 영화 외적으로 봐야 신선한 거지. 어린 아이를 죽이지 않는다는 액션 영화의 불문율 하나니까. 근데 진짜 놀랄 이거 하나 밖에 없음. 나머지는 영화가 너무 재미없고 감흥없어서 놀라게 된다.


영화 보고 나서 생각했다. 요즘 넷플릭스가 나한테 서운한 있나? 저번엔 나에게 <어제가 오면> 추천하더니 이번엔 영화를...... 먹어보라는 건가? 영화에 투자한 넷플릭스 제작팀이랑 영화를 내게 추천한 넷플릭스 빅데이터 하나는 찢어발겨야 속이 시원할 같은데 고르는 나을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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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5/25 20:05 # 답글

    결제 단계를 올리면 대우가 달라질 수도?
    의외로 왓챠가 제 취향 잘 잡아줬던 게 기억나네요. 기가 막히게 맞춰주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넷플릭스 보단...
  • CINEKOON 2019/05/26 17:14 #

    자본주의 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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