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6 16:00

더 보이 극장전 (신작)


영화는 성악설 이야기다. 물론 출신 성분이야 어떻든 결국 중요한 인간이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다- 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성선설과 성악설 모두 후천적인 성장 환경보다는 선천적인 기질을 중요시하는 이론이긴 한데, 무엇이든 어쨌거나 클락 켄트는 그런 초월적 힘을 갖고도 남들에게 봉사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나. 애초 엘이 태생적으로 선하다는 설정일 수도 있지만, 하여튼 스몰빌이 아닌 소련 떨어졌을 이야기는 달랐잖아. 공산주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련이 선일텐데? 물론 영화 브라이트번 정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다. 열두살 생일 이전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것처럼 보였다가 시점을 전후로 우주선 비스무리한 것에서부터 나오는 세뇌 광선에 흑화된 것처럼 묘사 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아이를 지구로 보낸 미지의 존재들이 나쁜 무력 숭상 후레자식 놈들이란 것으로 귀결되는 것일테니 어쨌거나 떼어놓고 보면 그냥 나쁜놈 맞지.


이렇듯 성악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모가 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하여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DC 세계관의 클락 켄트 역시 다르지 않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양부모는 끊임없이 그를 제어하려고 했으니. 영화 덕분에 < 오브 스틸> 같은 기존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다시 보이는 효과도 분명 있다. < 오브 스틸> 때만 해도 주인공에게 힘을 통제하라고 일갈하던 양아버지의 모습이 과하다고 느껴졌었거든.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었는데 그런 일종의제어 없었더라면 동네의 먼치킨 역시 영화 주인공처럼 되었으리란 보장이 없고.


특정 장르의 역사가 길어지면 종종 돌연변이 같은 변종들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트와일라잇> < 바디스> 그랬다. 전자는 뱀파이어 영화와 로맨스물의 만남이었고, 후자는 좀비 영화와 로맨스물의 만남이었지. 원작이 되는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갑툭튀한 변종 장르인 변함 없었다. 물론 거지 같긴 했지만. 하여튼 그래서, 수퍼히어로 장르가 판치는 지금 시국에 수퍼히어로 장르와 호러를 섞은 괜찮은 선택이다. 이미 앞선 선배 작품들이 그럴듯한 시도들을 많이 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수퍼히어로 장르가 아니여도 호러 장르 역시 따지고보면 초특급 능력자들 위주로 돌아가는 장르잖아? 제이슨은 슬래셔 영화계의 수퍼맨이었고, 프레디 크루거는 닥터 스트레인지였으며, 처키는 샤잠이었다. 때문에 장르의 상성 자체는 나쁘지 않게 느껴짐.


근데 씨바 각본이 존나 게으르다. 성악설 수퍼맨이라는 신선한 설정 하나만 믿고 거지같이 싸질러 놓은 각본 보소. 주인공 부부가 불임 때문에 고생하는 알겠으니까 적당히 하라고. 정보 주려고 영화 시작 쇼트에 불임 관련 서적들을 노골적으로 전시 하지를 않나, 그걸로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주인공 부부가 직접 입으로이번엔 아이가 생길 거야라고 늘어 놓지를 않나좋게 말해 디테일이 없는 각본이고 나쁘게 말해 대충 각본인 거다. ’세뇌 광선을 통한 흑화라는 설정 때문에 꼬마 아이 캐릭터의 입체감도 많이 떨어진다. 뻔하더라도 평범했던 소년이 어떻게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었나- 그렸더라면 했을텐데, ‘그런 없음! 그냥 그럴 운명이었던 거임!’ 정도로 퉁치는 지금 각본에서야 그런 기대하는 무리.


하지만 가장 심각한 호러 영화로써의 테크닉이다. 겁이 많아 호러 영화 보지만, 그래도 점프 스케어가 호러 영화의 근본이라는 알아. 그러니까 있어. 근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쓰면 어떡하냐. 초능력을 가진 살인귀라는 설정 갖다가 이렇게 게으른 연출 하기도 어렵겠다. 아닌 아니라 진짜 영화 내에서 나름 무서우라고 만든 장면들의 대부분이 죄다 점프 스케어다. 카메라가 이쪽으로 했다가 저쪽으로 다시 팬하면 없어지는 주인공 트릭을 너무 많이 갖다 쓴다. 천천히 소름 올라오게 하는 연출도 없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깜짝 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빡치는 결말. 이렇게 성질 나게 하기도 어렵겠다. 너네 무슨 크라임 신디케이트 모으냐? 선동가형 유튜버의 일갈로 끝내는 엔딩 대체 뭐냐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없이 그냥 코즈믹 호러처럼 싸질러놓기만 하면 뭐하냐고. 최근 거지 같은 영화들을 너무 많이 본지라 영화가 마냥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영화 구실은 하는 영화니까.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영화가 좋은 영화로 둔갑하는 아니지않나. 가뜩이나 호러 영화 보는 힘들어하는데 영화도 거지 같으니 그냥 이거 저거 합해서 빡치기만 하는 영화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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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5/26 19:12 # 답글

    또 [라이프] 류의 영화인가 보네요;;; 그건 아예 지구종말 직전의 결말에서 신나는 음악 틀어서 조롱하잖습니까
  • CINEKOON 2019/07/15 14:47 #

    이건 관객 조롱이라 빡침의 정도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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