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 스미스는 좋은 배우이고, 이번에도 그 스스로의 최선을 다 했을 거라 믿는다. 나도 그의 지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했고. 하지만… 하지만 결국 지니는 로빈 윌리엄스의 것이다. 맞다. 가이 리치 감독의 실사 리메이크가 개봉한 이 시점에서, 나는 굳이 로빈 윌리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후 처음으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로빈 윌리엄스를 다시 만났다. 언제나 그를 떠올리면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선생님이나 <쥬만지> 또는 <바이센테니얼 맨>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본 이 영화에서 빛 바랜 줄 알았으나 사실은 그저 내가 잊고 있을 뿐이었던 그의 보석 같은 순간을 맞이할 수 있더라. 메타 발언과 시공간을 초월한 유머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지니는 흡사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과 같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미국의 각기 다른 두 대통령이었으며, 베트남 파병 군인이었고, 인생을 건 악랄한 보드 게임의 플레이어였던 동시에 인간을 꿈꿨던 로봇, 인간을 사랑했던 강아지, 춤을 즐겼던 펭귄, 영원히 젊을 피터팬, 그리고 최고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역할들을 통 틀어서 그가 가장 돋보이는 건 누가 뭐라해도 <알라딘>의 지니다. 애니메이션인지라 비록 얼굴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친구인 알라딘을 아끼는 마음과 언제나 잃지 않던 그 미소 때문에, 로빈 윌리엄스는 곧 지니가 되었고 지니는 곧 로빈 윌리엄스가 되었다.
실사 리메이크 버전 속 윌 스미스의 지니도 괜찮지만, 어쩔 수 없이 로빈 윌리엄스가 그리워졌다. 우리에게 무한한 웃음을 주었건만, 정작 그의 입가에 미소는 너무 빨리 져물어 버렸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언제나 기뻤던 코미디언의 비통한 최후. 요즘 들어 영화를 보기 시작한 어린 영화 친구들은 어쩌면 로빈 윌리엄스를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어 괜시리 울적 해졌다.
그의 사망 당시, 아카데미가 그를 기리며 썼던 문구로 마무리한다.
‘Genie you're free’
지니, 당신은 자유입니다.
덧글
로그온티어 2019/05/26 18:55 # 답글
플러버 베놈이요 (http://www.youtube.com/watch?v=o6NxP2fO89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