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라 이야기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난잡한 영화는 오랜만이라서.
처음엔 꼬맹이들이 주인공인데다 외계인 침공이라는 비현실적 요소가 끼어들어오니 이건 전성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가 엠블린 타이틀 달고 만들었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인가 싶었다. <기묘한 이야기>도 떠오르고. 근데 어째 이게 진행될수록 산으로 간다. 협찬이라도 받았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디다스로 치장해 패션 쇼를 벌이질 않나, 별 재미도 없고 신선하지도 않은 팝컬쳐 드립은 난무하고, 허접한 CGI와 더불어 괴상한 설정의 외계인 무리들, 뻔하고 또 뻔한 클리셰 열전에 중간엔 힙합 뮤직비디오도 하나 찍어주신다. 그리고 막판엔 죽은 아빠 혼령 만나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종료.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다.
한마디로 의식의 흐름대로 만든 영화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 싶은 영화. 근데 개연성이나 흐름도 문제지만 줄곧 얕은 수작을 부린다는 것도 문제다. 주인공 네 명 나오는데 각자 트라우마도 있고 슬픈 사연도 있고... 근데 그거 또 소개해야하니까 돌아가면서 서로 쓸데없이 싸우는 장면도 넣고.
그래도 중후반부까지는 버틸만 했다. 그냥 재미없는 영화일 뿐이라고, 너무 못 만들어서 안타까운 영화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다. 근데 최후반부 들어서는 그냥 빡치더라. 이거 본다고 새벽 두 시까지 버틴 내가 한심하고, 이딴 영화 만든 뒤 신작이랍시고 홍보 겁나 때리는 넷플릭스 보며 또 분노하고.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감독 이름으로 맥지 올라올 땐 존나 배신감도 느꼈다. 당신 왜 이렇게 됐어? 비록 좋은 감독이었던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밑바닥 인생이었던 것은 또 아니잖아...
이거 보느니 <기묘한 이야기> 두 시즌 하루종일 보는 게 이 영화 본다고 쓰는 1시간 39분보다 덜 아깝겠다. 내 시간과 내 넷플릭스 월정액이 아까웠던 거지같은 영화. 아, 진짜 생각할수록 빡치네, 이 빡대가리 같은 영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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