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싸지르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영화 존나 재밌는데 왜 다들 똥이라고 하지? 물론 이해가 아예 안 된다면 거짓말
1편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괴수 영화다. 1편이 괴수 장르 영화의 클리셰를 모범적으로 적용해 관객과 밀당 쩔게 하며 신비주의를 덧입힌 코즈믹 호러였다면, 2편은 그냥 아가리 싸물고 봐야하는 괴수들의 레슬링 대잔치다. 원작인 일본 시리즈의 여러 경향이 눈에 띄는데 가렛 에드워즈의 전작이 1954년에 나왔던 혼다 이시로의 <고지라>와 일맥상통하는 영화라면, 마이클 도허티의 이번 속편은 일본의 쇼와 시리즈와 헤이세이 시리즈의 맥을 잇는 작품인 것이다.
물론 전작에서도 무토 커플과 고질라의 대결 같은 괴수 레슬링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영화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영화 보기 전에 난 후반부나 되어서야 기도라가 깨어나 깽판치는 전개인 줄 알았지. 근데 웬걸, 얼음과자 상태였던 기도라를 그냥 중초반부터 다짜고짜 깨워버리는 놀라운 전개. 거기서부터 더 확실해졌다. 전작과는 달리 괴수들의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란 것이.
다만 고질라를 묘사할 때 일종의 파괴신으로써의 면모가 부족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자꾸 1편과 비교해 미안하긴 하지만, 그 영화에서의 고질라는 영웅이기도 하고 악당이기도 했다. 그냥 자연의 무질서 그 자체. 괴수만 골라 죽이고 인간은 살려주는 그런 자애로운 신이 아니었다는 거다. 애초 하와이 호놀룰루 상륙하기도 전에 쓰나미 일으켜서 죽인 사람이 몇인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면모가 좀 드러나길 바랐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갑툭튀 연출이 많은데다 기도라의 존재감이 커서 너무 인간 측 동맹군으로만 소비되어버린 느낌. 아니, 하찮은 인간놈들이 죽을 위기에 놓이면 고질라께서 친히 갑툭튀해 그들을 구하는 묘사가 너무 많다니까. 남극에서도 그랬고, 수면 위에서 기도라에 의해 습격 당하기 직전에도 그랬다. 하여간 너무 고질라 님이 자애로우셔. 그게 문제.
때문에 최후반부에서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 엠마 러셀 박사를 고질라가 밟아 죽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엠마 러셀이 워낙 암덩어리 민폐 캐릭터이기도 해서, 막판에 후회하고 반성했다 할지라도 어차피 죽일 거라면 좀 통쾌하게 죽이면 어땠을까 싶어서. 또 그렇게 하면 고질라 특유의 톤도 잡히고. 인간 따위 신경 쓸 여력 없다는 그런 뉘앙스.
가렛 에드워즈가 관객과 밀당 쩔게 했던 카사노바였다면, 이번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도허티는 인심 좋고 푸근한 식당 주인집 아저씨 같다. 양껏 먹으라며 고봉밥 건네주는 아저씨. 그 정도로 괴수들의 액션 분량이 화끈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세어봐도 고질라와 기도라 세 번은 매치 붙여줬던 것 같은데? 그것도 산전 수전 공중전 싸그리 합해서. 여기에 로단 분량 따로, 모스라 분량 따로. 그러다가 따로국밥만으로는 아쉬웠는지 막판엔 그 둘 붙여서 2 대 2 태그 매치도 성사시켜준다. 솔직히 전작 보면서 괴수들 분량 적다고 징징 댔던 사람들은 이 영화 꼭 봐야한다. 취향이야 어쨌든 간에 괴수들 매치는 제대로 보여주는 편.
인간 캐릭터들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나로서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 하지만 난 그냥 할 거 한 정도라고 본다. 더 잘 다듬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이 수준으로도 나쁘지 않다. 이럴 거면 인간 캐릭터들 싸그리 치워버리고 괴수들만 두 시간 내내 줄창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한 번 봐야한다. 두 시간 내내 머니샷들로 점철된 액션 영화는 은근히 재미 없다. 그게 포르노랑 똑같은 거지, 뭘.
그럼에도 일종의 멜서스주의자인 엠마 러셀 캐릭터의 동기가 좀 더 명확하고 세련되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안 그래도 빡치는 캐릭터인데 별 매력까지 없으니 이건 뭐... 그나저나 요즘 왜 이렇게 멜서스의 인구론 들먹이는 놈들이 많지? <킹스맨>의 발렌타인과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 그리고 이 영화의 엠마 러셀까지. 셋이 인문학 동아리라도 같이 든 모양이다.
인간 캐릭터들은 글로 써도 재미가 없네. 역시 괴수들이 짱이야.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고질라 = 역시 괴수들의 왕.
모스라 = 역시 괴수들의 여왕. 소미인 쌍둥이를 이렇게나마 언급했다는 게 감격스럽다.
기도라 = 끝판왕으로써의 위엄은 충분히 보여줌.
로단 = 희대의 기회주의자.
아, 정말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괴수 영화는 오랜만이다. 대체 왜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장르를 사랑하지 않는걸까? 서비스 후한 괴수 영화의 박력이란 이런 것이다.
뱀발 - 메인 테마 음악 너무 좋다. 1954년에 만들어진 이 음악을 다시 쓸 줄이야. 전작에서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하긴, 이 음악은 너무 좋아서 안 쓰고 묵혀두는 게 손해다.
뱀발 2 - 옥시전 디스트로이어 = 산소탄...... 어디서 그 번역가의 향기가.
뱀발 3 - 쿠키 영상으로 예상해보건대 기도라는 부활할 것 같고... 콩과 고질라가 투닥대며 싸우다 기도라의 등장으로 인해 급 동맹을 결성하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근데 진짜 그렇게 나오면 싸움 붙이는 크로스오버 영화들은 죄다 그 모양 그 꼴 되는 건데.
뱀발 4 - 차후 시리즈 나온다면 난 헤도라 보고 싶은데. 사실 디스트로이어도... 욕심 좀 더 부리자면 비오란테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월드 와이드 흥행이 안 좋으니 안 될 거야 아마
덧글
잠본이 2019/06/04 00:04 # 답글
아베 히로시가 고지라 대책본부장으로 나와서 개폼만 잡다가 아주 장렬하게 밟혀죽는데 은근히 웃김(...)
뱀발3은 뭐 마징가Z 대 데빌맨 이래의 유구한 전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CINEKOON 2019/07/15 14:43 #
Arcturus 2019/06/04 02:27 # 답글
CINEKOON 2019/07/15 14:44 #
로그온티어 2019/06/04 03:42 # 답글
코스믹호러에 관해서는... 박사 한명 죽는 것보다는 저는 그걸 더 추천합니다. 시민들이 빌딩에 갇혀있는데 그 빌딩을 부수는 겁니다. 무너지기 전에 건물 안에서 점점 죽음이 다가오는 걸 무력하게 지켜보는 사람들의 경악스런 비명소리가 들리는 게 필요합니다. 끝내 다가온 괴수의 싸움의 여파에 의해 빌딩이 부서지면서 컷이 바뀌고요. 노래는 좀 끔찍한 걸로 깔고. 상상하면 꽤 무섭잖아요. 그 빌딩 안에 있었다고 생각해봐요. 911의 트라우마도 부를 수 있고 꽤 영악하지만 좋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혹은 자동차거나. 자동차 안에서 일가족이 얼어붙어 있는데 고지라가 그걸 실수로 밟아버리는 겁니다. 뻔하긴 하지만, 가둬놓고 자연의 힘에 의해 압사시키는 건 여전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박사는 그냥 죽이면 안되고, 돌아다니며 그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게 만들어야 하고요. 화면 상의 뉴스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 그것 만큼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없으니까요.
로그온티어 2019/06/04 03:38 #
CINEKOON 2019/07/15 14:45 #
CINEKOON 2019/07/15 14:45 #
JOSH 2019/06/04 09:14 # 답글
스타스크림!
CINEKOON 2019/07/15 14:45 #
JOSH 2019/06/04 09:17 # 답글
그 징징이가 인정합니다.
맞습니다.
2014에서 하와이 전투 신이라도 제대로 보여줬어야지 하고 아직도 투덜대는 사람...
CINEKOON 2019/07/15 14:46 #
nenga 2019/06/04 13:24 # 답글
평만큼 엉망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CINEKOON 2019/07/15 14:46 #
ㅁㅁㅁㅁ 2019/06/04 23:36 # 삭제 답글
킹오몬 인간파트는 만족.
CINEKOON 2019/07/15 1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