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3 23:20

고지라, 1954 대여점 (구작)


괴수 영화의 괴수들은 인간 내면의 욕망과 두려움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고지라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지,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진지 10년도 되지 않아 만들어진 영화. 때문에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시의성이 영화였을 것이다.


들어갈 들어 있다. 거대 괴수의 난동과 그를 막기 위한 각계부처 사람들의 허둥지둥한 작태. 그리고 군사 작전. 여기에 덧붙이자면 윤리성 때문에 고뇌하는 과학자의 모습까지. 장르의 규칙은 거진 여기서 세워졌다. , 쓸데없는 인간들의 드라마는 .


고지라가 항상 대규모의 자연재해를 동반하는 묘사가 재미있다. 이후 시리즈가 이어지며 정립된 부분도 있지만, 어쨌거나 고지라는 피아식별을 하지 않는 무질서한 자연재해 자체이니. 영화 초반 바다에서 난동 부리는 장면에선 심해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묘사되고, 이후 어촌 마을을 쓸어버릴 태풍을 동반해 싸그리 날려버린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긴 하지만 거기서도 대규모 화재를 일으켜 일종의 광역기를 시전하니. 


지금 기준으로보아 기술적 완성도가 결코 좋다고는 없겠다. 하지만 재미있는 미니어처 촬영이 많고 그게 볼만하다. 도쿄에서 난동을 피우던 고지라가 지나가던 열차를 밟아 박살내는 장면에선 2014년에 나왔던 리메이크에서 호놀룰루 공항의 모노레일을 짓밟던 고질라가 떠올라 키득 거리기도.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에서 와타나베 켄이 연기한 세리자와 박사는 1954년작에서 고지라를 죽이는 데에 성공한 일종의 영웅 과학자 세리자와 박사에 대한 오마주. 근데 영화에서 불쌍하게 나옴. 괜히 자기 발명품 자랑했다가 거의 목숨 내놓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니 참으로 어이없다하겠다.


안노 히데아키가 만든 <신 고질라>와의 유사점 역시 많다.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이 '괴수들의 깽판' 집중했다면, < 고질라> 영화 각계부처 사람들의 무능력함을 배가시키고 나온 버전이니까. 하여간 같은 텍스트여도 이렇게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니, 과연 60여년을 버텨온 컨텐츠답다.


진짜 오랜만에 다시 보는 건데 시무라 다케시 나오는 모르고 있었다.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들에서 많이 봤던 양반이 여기서 고생물학자 연기하고 계셨네. 이제서야 알아봐 죄송합니다.


뱀발 - 메인 테마 존나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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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9/06/03 23:53 # 답글

    사실 레전더리판 세리자와의 역할은 시무라가 연기한 박사님에 더 가까운데
    2편에선 또 미묘하게 여기 세리자와를 반전시킨 역할이 되어버리더란 말이죠...
    이 사악한 덕질왕 도허티놈
  • CINEKOON 2019/07/15 14:43 #

    역시 장르물은 씹덕에게 맡겨야합니다. 암요, 그렇고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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