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크 리의 영화들엔 항상 사회적인 메시지가 녹아있다. 이 영화도 그냥 하이스트물인 줄 알았는데 다 보고 나니 결국 범죄자 영웅 만들고 과거 전범 잡아내는 이야기였음.
쓸데없는 말 길게 하지 않고 바로 은행털이부터 시작한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덴젤 워싱턴이 연기하는 주인공의 설정 역시 대사 몇 마디로 휘뚜루 마뚜루 치는 패기. 그리고 누가 뭐래도 클라이브 오웬은 뭔가 '있어보이는' 이미지잖나. 괜히 지적인 것 같고. 그래서 영화가 아주 재미있다. 딱 중반부까지는.
근데 이 놈의 은행털이가 일종의 맥거핀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사회적인 메시지 넣는 거 좋아. 과거 나치에 협력했던 전범 찾아 족치기? 그것도 아주 훌륭하지. 아니, 근데 어쨌거나 이 영화 선택한 사람들은 다 하이스트 영화인 줄 알고 선택한 거잖아. 최소 <네고시에이터>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본 거 아니겠냐고. 정작 영화의 관심사는 다른 쪽이다보니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심드렁해지는 느낌.
영화에서 은행털이 크루가 행하는 트릭들도 어느 정도 다 예측가능한 수준이었다. 때문에 범죄 영화로써의 재미도 크지 않은 편. 여기에 자꾸 교차편집으로 이후 시점을 넘나드니 몰입이 좀 끊기는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조디 포스터의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별 재미도 없고 별 의미도 없고. 이런 캐릭터 만들어 투입시킬 시간에 그냥 기존에 있던 캐릭터로 어떻게 섞고 볶아 보면 안 되는 거였을까? 아니면 각본 단계에서 이미 그렇게 했는데 답이 안 나와 해결한다고 해본 게 이 버전이었던 걸까?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 자체의 카리스마는 뚜렷하지만, 그 캐릭터가 너무 속 빈 강정 같다. 나올 때마다 뭐하자는 건지 싶음.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카리스마는 대단하지만 비교적 최근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올 더 머니>의 연장선. 아, 영화 나온 순서는 반대이니 <올 더 머니>가 <인사이드 맨>의 연장선이겠지마는... 거의 뭐 한 세계관 속 같은 인물이라고 해도 믿겠던데.
장르물로 시작해 갑자기 사회 비판하는 영화. 그게 꼭 나쁜 건 아닌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장르물로써의 의무 먼저 다 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거다. 스파이크 리 그래도 괜찮은 이미지였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다 이상하네.
덧글
로그온티어 2019/06/04 03:29 # 답글
CINEKOON 2019/07/15 14: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