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는 존나 간단하다. 가족과의 시간보다 자기 커리어 쌓기에 급급 했던 워커홀릭 남자 주인공이 어느 판타지적인 요소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배운다는 이야기. 써놓고 보니 간단한 수준이 아니라 거의 구태의연한 수준이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이런 구도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나 <패밀리 맨>, <클릭> 등의 영화에서 다 구구절절하게 다뤘던 것. 다만 이 영화의 유별난 차이점은, 거기에 짐 캐리가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어느 짐 캐리의 영화들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이 영화야말로 코미디언으로서 그의 진가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애시당초 짐 캐리 아니면 굴러가지도 않았을 작품이라고 본다. 상술했듯 공개된 시점을 고려해보더라도 원체 뻔한 이야기인 건 사실이잖아. 근데 짐 캐리가 그걸 다 꾸역꾸역 먹여살린다. 킬링 타임용으로 <에이스 벤츄라> 시리즈를 어느 정도 즐기긴 했었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란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 영화는 완전 다르다. <에이스 벤츄라>는 애시당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이 영화는 최소한의 현실적 무대에 아주 작은 판타지적 요소를 하나 끼워파는 거라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고 꼭 교훈을 느껴야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며 느낀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이지 많은 거짓말들을 하고 사는 구나. 바람피울 때 연인에게 하는 거짓말이나, 어떤 비극적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하는 거짓말 따위의 거시적인 거짓말 말고. 진짜 사소하고 미시적인 그런 거짓말들 우리 엄창 많이 하잖아. 약속 시간에 한참을 늦었는데도 전화로는 거의 다 왔다고 하질 않나,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좋다고 하지를 않나. 사회 생활을 위해 필요한 거짓말도 있고, 누군가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을 것이다. 근데 하여간 그런 거 다 떼고 봐도 어쨌거나 거짓말의 총합이 크다는 건 무시할 수 없다는 거잖아.
잘 생긴 외모 때문인가. 참 이상하게도 짐 캐리는 등장하는 모든 영화들에서 여성 캐릭터들의 유혹을 받네. 벤 스틸러가 짝사랑으로 속을 태우는 캐릭터 전문인 것과는 완전 정반대. 하긴, 이 형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존나 잘생긴 거지. 진짜 <이터널 선샤인>과 <트루먼쇼>는 볼 때마다 그의 외모에 놀라게 된다니까.
깔끔하고 재미있는 가족 영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할리우드 영화들이 으레 그러하듯 이 영화에도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캐릭터가 하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짐 캐리가 연기한 주인공과 일종의 연적 관계를 형성하는 남자는 어딘가 덜 떨어진 것처럼 묘사되다 싱겁고 슬프게 퇴장하는데, 이럴 거였다면 꼭 이런 인물을 넣었어야만 했나. 이상하게 그 남자한테 몰입해서 혼났다.
뱀발 - 무슨 이유 때문인지 넷플릭스에선 '인사이드 맨'이란 제목으로 걸려있더라. 이거 왜 이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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