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12:59

세상을 바꾼 변호인 극장전 (신작)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자 최근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더 넓게 알려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일대기를 그린 실화 소재 영화. 실제 그녀가 갖고 있는 포지션이나 역사에 남을 의의 같은 걸 고려해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영화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론적 페미니즘이 그러하듯, 모든 소외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성별과 인종을 떠나서 결국 인간에 대한 응원이지 않나. 이 영화는 페미니즘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인간이 응당 누려야할 어떤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남자로 가득찬 하버드 로스쿨 한 가운데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멋지게 시각화하며 시작하는 영화다. 방법론에서는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와도 유사한 지점. 수많은 양복쟁이 남성들 사이로 여성 주인공을 밀어넣어 보여주는 시각적 답답함과 압박감. 근데 연출적으로 재밌는 건, 그럼에도 그녀를 담을 때 부감으로 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수평 앵글과 앙각으로 되어 있다. 어쩌면 그런 걸 의미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괴롭고 부담되는 상황이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쓰러지거나 물러서지 않았던. 어느 자리에서나 당당했던 그녀의 모습을 이렇게나마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실화 소재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걸 고려하고 봐도 영화가 담담하다. 주인공의 남편이 생존 확률 5%인 고환암에 걸려 고생하는 장면은 진짜 금방 지나간다. 일반적인 영화였다면 그 이야기 하나 갖고도 두 세 시간은 뽑아냈을 텐데, 영화는 그냥 담백하게 쿨하게 넘긴다. 실화 소재라 어쩔 수 없었다고쳐도 그렇다. 그냥 그게 인생이라고, 어느 순간 가장 큰 위기가 도래 했다고 믿을 때도 있지만 인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한다면 충분히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 그 패기가 좋았다. 물론 고환암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페미니즘 영화로써 이 영화가 독특한 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 인권 법정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인 주인공의 고객이 '남성'이라는 점이다. 또 그 주인공을 옆에서 보필하고 도와주는 남편 역시 '남성'이고. 그렇다고 해서 또 여성을 남성들이 도와주어야만 하는 의존적 존재로 그린 것도 아니다. 그들은 딱 거기까지다. 도와주고 응원할 뿐. 하지만 결정적인 일들을 해내는 건 결국 주인공인 '여성'이며, 그녀에게 힘을 주는 것 역시 또 다른 '여성'인 딸이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어느 누구 하나 해하지 않으면서 보편적인 권리와 대의를 말하는 세심함. 실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 역시 그랬겠지만, 이 영화야말로 실로 부드럽고 맹렬하게 쟁취 했던 위대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펠리시티 존스는 언제나처럼 좋고, 아미 해머는 그냥 존나 잘생겼다. 근데 상대측으로 나오는 뺀질이가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랑 <싱 스트리트>에 나왔던 그 놈이네. 얘는 <사라진 시대>라는 망작 나와놓고 어째 점점 정신 차려가는 것 같다. 여전히 뺀질 거리는 인상이 좀 짜증나긴 하지만. 캐시 베이츠도 나오고, 저스틴 서룩스도 나온다. 근데 저스틴 서룩스는 목소리가 어째 낯이 익다 싶었었는데 찾아보니 <레고 닌자고 무비>에서 가마돈 목소리 했던 양반이네. 어째 목소리 존나 얄미우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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