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족이 될 가능성이 커보이는 프로젝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3편에서 너무 완벽하게 결말 냈잖아. 근데 9년 지나 4편 나온다고 하니 걱정될만 하지. 그런 걱정을 안고 봤는데, 걱정 왜 했나 싶을 정도로 꽤 잘 빠졌더라. 진짜 깔깔 웃으며 재미있게 봤다. 다만, 한 편의 영화적 완성도로 봤을 땐 수준급 이상인데 이게 또 전체 시리즈의 맥락에서 이야기 관점을 통해 본다면 꼭 필요한 이야긴 또 아닌 게 맞지. 때문에 기존 3부작과 이 영화의 관계는, 흡사 <엑스맨> 본가 시리즈와 <로건>의 관계처럼 보였다. 기존 3부작이 말그대로 앤디의 장난감들 이야기였다면, 이번 4편은 그 중 우디에게 초점을 맞추는 스핀오프인 것.
다 떠나서 일단 영화가 더럽게 웃김. 조던 필과 키건 마이클 키 콤비의 병맛 유머는 시리즈 사상 가장 이질적인 부분이지만 내 취향이라 마음에 든다. 찾아보니 각본가 중 한 명이 <토르 - 라그나로크> 썼던 양반이네. 그 병맛 코드 어디 안 가지. 특히 포키가 렌트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며 읊조리는 대사와 그 때의 그 표정은 진짜 개 병맛이더라. 아주 맘에 듦. 그 밖의 유머 코드도 죄다 훌륭했다. 키아누 리브스의 듀크 카붐 리장 드립이나 양 이름 맞추기, 하이파이브 칼 유머 등. 근래 코미디 영화 보면서 이렇게 많이 웃었던 적이 있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난감을 주요 소재로 다룬 시리즈 치고 매 편마다 이상할 정도로 범죄 영화의 장르적 컨벤션을 잘 따라가는 시리즈였다. 1편의 시드 장면도 그랬고, 2편은 납치된 주인공 구하러 가는 이야기이며, 3편은 탈옥 영화였으니까. 이번 영화는 일종의 하이스트 영화처럼 느껴지는데, 중간중간 호러가 가미된 모양새. 아니, 씨바 그 복화술 인형들 나올 때마다 끔찍해서 다 엎어버릴 뻔했네. 유모차 에스코트하며 오른쪽 왼쪽에서 스며들듯이 등장하는 장면은 진짜 호러블이었다. 아... 이거 애들 볼 수 있는 거 맞아...?
누구나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다. 끝내 못 찾더라도 억지로 부여해서라도 의미를 두지. 하지만 난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라는 이소룡의 생전말을 믿는다. 우리 삶에 큰 의미나 운명은 없는 것이다. 그저 태어났기 때문에 사는 것 뿐. 물론 태어난 김에 살다가 이런 저런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맞이하게되는 건 사실이지만.
우디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포키에게 삶의 규칙을 설명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하는 우디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모의 그것이다. 밤새 아이 곁을 지키고, 아이가 (부모가 정해놓지 않은) 다른 길로 빠지지 않게 옆에서 잡아주는 것. 우디의 모습은 결국 포키의 부모 같은 모습이다. 캠핑카 창 밖으로 떨어져 도로변을 걷는 우디와 포키. 우디는 포키의 손을 잡고 이런 저런 삶의 의미들을 설파하며 걷지 않나. 이게 누가 봐도 부모지, 뭐야.
재밌는 건, 우디가 비단 포키만의 부모는 아니라는 거다. 우디는 앤디의 부모였고, 또 보니의 부모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가 생애 첫 유치원에서 헤매진 않을까,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들. 그 생각들에 쩔쩔매며 아둥바둥하는 시간들. 하지만 아이는 다 그러면서 큰다. 친구와 부딪히기도 하고, 어색한 공간에 혼자 던져진 것을 버티기도 하며 큰다. 그리고 부모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더라도 버텨야만 한다.
이 영화의 마지막 선택이 짠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우디가 부모이기 때문에. 항상 자식 걱정에 살지만, 끝내는 그 스스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온전히자신만의 삶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영화 말미, 난생 처음으로 오직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정진하는 우디의 모습은 자식 농사 은퇴하고 제 2의 인생을 맞이하는 부모 모습 같아 보인다. 그래, 이제 좀 주체적으로 삶을 누릴 때도 됐지... 이 정도면 최고까지는 아니여도, 모두가 최선을 다한 은퇴식 정도는 되겠다.
덧글
로그온티어 2019/06/26 00:52 # 답글
CINEKOON 2019/06/29 14:59 #
지나가다 2019/06/26 14:47 # 삭제 답글
만족스럽긴 한 데, 캐릭터 역할 배분과 기존 설정 파괴가 아쉽더군요.
(PC묻은 보 핍을 부각시키느라 다른 장난감들은 들러리가 되고, 빈약한 빌런 등....)
영화 끝나고 나오던 NG장면도 삭제되었는 데, 작품 전체 분위기와 안 어울려서 뺀 것 같아요.
이 시리즈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우리는 타자에게 어떤 책임을, 어디까지 짊어져야 하나?'인 듯 합니다.
여기서 장난감은 친구 겸 부모역할을 하는 데, 4편에서 완전히 떠나 보내는 게 꽤 미국답습니다.
CINEKOON 2019/06/29 15:00 #
미국적 결말이라는 말씀은 참 공감가네요. 하긴, 미국의 부모들과 한국의 부모들은 많이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