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태평양 건너엔 스탤론과 아놀드라는 괴수 쌍두마차가 존재했다. 그야말로 악당들의 악몽이라 할 수 있는 전설급 투 탑인데, 그럼에도 그들과 맞서 싸우는 악당들이 조금이나마 덜 불쌍했던 이유는 악당들에게 개인화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두 괴수도 쓴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죽기 전에 총이라도 쏴볼 수 있으니 뭔가 대등한 그림이 나올 것도 같잖아? 하지만 미국과는 다르게 대한민국에서 개인화기를 동원해 화력전을 펼친다는 것은 그림의 떡 같은 일이지 않나. 때문에 스탤론 & 아놀드와 붙는 놈들도 불쌍하지만, 오로지 주먹 하나만 믿고 마동석과 맞다이 깔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악당들이 좀 더 불쌍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존나 성실한 '마동석 전개'다. 주인공 마동석이 우직하게 악당들 다 줘패는 전개. 근데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런 영화일수록 이야기나 세부 설정이나 단순해야 좋은 것이다. 그리고 <성난 황소>는 이전의 마동석 영화들과 다르게, 그 부분에서 아주 성실하다.
<동네 사람들>은 쓰잘데기 없는 반전 욱여넣다가 마동석표 액션이 펼쳐질 기회를 스스로 놓쳤었고, <챔피언> 역시 뻔하디 뻔한 가족 신파극 넣느라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성난 황소>는 이전의 마동석 영화들 보다 나아보인다. 어차피 이런 내용 <아저씨>나 <테이큰>이나 <레옹>이나 <존 윅> 등에서 다 봤던 거잖아. 그냥 우직하게 사람만 잘 패면 되는 거지.
이야기가 단숨해짐에따라 마동석이 구출해야할 송지효의 역할은 특별출연 마냥 깔끔하게 적은 분량. 메인 악당인 김성오는 어차피 액션 카리스마적 측면에서는 마동석에게 밀릴 게 뻔한지라 예측불가형 악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뭐, 나쁘지 않음. 다만 마동석이 액션 우직하게 다 할 거였으면, 옆에 사이드킥으로 설정된 둘은 사이드킥이면 사이드킥 답게 뭔가 역할을 좀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니, 뭐 둘이 열심히 하긴 하는데... 거짓말 안 하고 영화 내에서 그 둘이 시도했던 거 다 미스나고 실패하잖아. 사이드킥이 아니라 마피아 엑스맨 둘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
김성오가 연기한 악당의 캐릭터성은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하여간 성격이나 동기가 존나 이상한 놈인 건 맞음. 보는내내 이 새낀 뭐하는 새낀가 싶던데.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 내면의 본질을 이 세상에 까발리고 싶어서 이 지랄 떠는 건가- 싶다가도 또 전형적인 인신매매 범죄자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남의 집 마누라들 잡아다가 그 몸값 남편에게 제시하는 장면의 몽타주는 실로 어이가 털리는 장면이다. 지 딴엔 스폰서라고 지랄하던데 이 새끼 뭐야. 굳이 납치했는데 왜 돈 줌? 돈 줘서 경찰 수사에 협조 하나 안 하나 그냥 그거 보고 싶었던 건가. 그러니까 그냥 <다크 나이트> 조커의 하위버전 아니냐고.
액션은 큰 합 없이 그냥 다 묵직한 한 방이다. 이건 뭐 마동석 영화가 으레 그래왔던 거라 그냥 인정. 그러니까 만약 여러분들이 악당이라면, 나쁘긴 하지만 그 이유가 인신매매든 장기적출이든 성매매든 하여간 뭐든 간에 누군가의 아내를 납치했는데 그 아내의 남편이 마동석인 순간부터 범죄자 인생과 범죄 커리아 다 나가리 되는 거다. 최후반부 마동석과 김성오의 대결 장면은 그래서 호러블하다. 보통 그렇게 좁은 공간에 사람이 갇히는 장면은 공포 영화나 SF 호러 또는 괴수물에서 많이 나오는 설정 아니냐? 마동석과 그 좁은 공간에 갇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악당들의 호러 영화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덧글
로그온티어 2019/07/04 00:42 # 답글
CINEKOON 2019/07/15 14:16 #
로그온티어 2019/07/15 15: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