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9 10:56

평양성, 2010 대여점 (구작)


<황산벌> 괴상하게 대단한 영화였다. 코미디로써 일을 하면서도, 아주 사소하고 짐짓 당연해보이지만 때까지는 누구도 하지 않았던 기막힌 아이디어로 무장했던. 그러면서도 전쟁의 광기와 비극을 그리며 반전 영화로써의 기능까지 해낸. 그야말로 이준익 필모그래피 사상 다시는 나올 없는 그런 종류의 영화였던 것이다. 그리고 말을 증명하기로 작정이라도 , <황산벌> 직계 속편 <평양성> 동어반복인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괴상하게 만든 영화다.


'평양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잡아낸 것도 좋고, 이전 시점에서 백제가 멸망했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편의 백제와 신라 대결구도에 이어 고구려와 신라 대결구도로 설정한 것도 좋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좋다기 보다는 나쁘지 않고 어쩔 없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 백제 사투리에 이어 고구려 사투리 보여줄 됐잖아.


문제는 그것 밖에 없었다는 거다. 경상도 사투리와 이북 사투리를 뒤섞는다는 재탕 아이디어 외에 새로운 전혀 없다. 오히려 전작보다 훨씬 떨어진다. 전작은 철저히 계백과 김유신의 영화였다. 이문식의 거시기나 오지명의 의자왕, 류승수의 김인문 등이 잔재미를 주는 캐릭터로서 존재하긴 했었지만 어디까지나 '잔재미' 주는 '조연'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이 깔끔하면서도 명확했고, 조율되어 있는 인상이었다. 근데 영화는 그런 캐릭터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게다가 전작에서 촌철살인이었던 이문식의 거시기는 거의 주연급의 자리에 올라버린다. 쓸데없는 멜로 드라마 묘사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는 늘어짐에 따라 힘을 잃는다. 


전작에서 희번덕한 광기를 보여줬던 김유신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여기에 뭔진 알겠는데 여러모로 과다한 느낌인 이광수의 문디 역시 존나 귀찮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다시 보니 여기에 강하늘도 나왔었네. 고구려 내부의 분열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겠지만 쪽도 이미 관객의 이해는 저만치 앞서나가는데 스크린 등장인물들만 구구절절 지지부진한 느낌이다.


아니, 그리고 씨바. 죽이면 죽였지, 대체 대막리지 적통을 투석기로 날려버리는 패기는 뭐냐. 내부 사정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살려두면 후환이 두려운 일종의 스파이 같은 놈인데 대체 적진으로 날려버리는 거여. 이건 치트키 던져주는 아니냐고.


그리고 전작에서는 전쟁이 일종의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그려졌었다. 때문에 무서웠던 건데 영화 전쟁 묘사는 뭐냐. 전쟁 쉽네. 무슨 온라인 게임 나가듯이 전쟁터에서 나갈 수도 있고. 하여튼 전작의 패기와 센스는 어디간 건지 도저히 찾을 없는 그런 속편. 이거 나왔으면 이준익이 아마 나당 전쟁까지 그리지 않았을까. 근데 그건 막상 나오면 어떡해야하나. 중국 말과 우리 말이 뒤섞이는 판인데. 그거야말로 진짜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가야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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