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2 19:29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극장전 (신작)


페이즈 3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왜 <엔드 게임>이 아닌 <파 프롬 홈>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엔드 게임>이 장중한 마무리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스냅'과 '블립'이라는 세계관내의 역대급 재앙 콤보를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그 영화는 할 말도, 할 일도 많았으니까. 때문에 본격적인 페이즈 4로 넘어가기 이전에 이거 갈무리를 한 번 하기는 해야하겠는데, 그렇다고 또 이거 설명 하자고 영화 하나를 통째로 갈아넣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골라잡은 게 결국 스파이더맨 이야기라고 본다. 전작인 <홈커밍>에서 워낙 통통 튀는 성장물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너무 진지한 척 안 하면서 가볍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거지.

실제로 영화가 '스냅'과 '블립'을 설명하는 방식은 굉장히 콤팩트하다. 밀린 방학 숙제 하는 모양새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정도면 되었다- 라는 느낌. 게다가 그 퀄리티를 또 따로 깔 수도 없는게, 이거 진짜 학생들이 만든 교내 뉴스 영상인 거잖아.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들이. 하여튼 영리하다 싶었고, 디테일한 데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스냅'과 '블립'이 초래한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피해 등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하지만 상술했듯 사실 그런 거 설명하자고 한 편의 영화 싹 다 갈아넣을 수는 또 없는 것 아니겠어?

캐릭터의 일관성이 없어뵌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짐짓 비판 가능한 지점처럼 보인다. 전작에서의 피터는 자신이 가진 큰 힘을 통해 다른 이들을 구하고자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생전 처음 독일에 가 웬 공항에서 구국영웅과 싸웠고, 대머리 독수리 코스프레를 하는 악당으로부터 도시를 구했으며, 외계의 도넛이 뉴욕 상공에 뜨자마자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그로 뛰어들었다. 근데 웬 걸, 속편인 이 영화에서는 영화 내내 책임 지기 싫어하고 수퍼히어로 노릇도 그만하고 싶어하잖아. 하나가 더 있다. 전작의 짝사랑 상대가 사리진지 얼마나 됐다고, 5년 됐는데? 갑자기 MJ를 좋아한다고 하잖아. 이것 역시 아니꼽게 본다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아직 어린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그런 비판점들은 온전히 반박된다. 어릴 때 이랬다가 저랬다가 안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특히 수퍼히어로 노릇에 관해서라면, 적어도 이전까지는 피터에게 토니라는 멘토가 있지 않았나. 듬직한 멘토가 있으니 위험 상황에 뛰어들 수도 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울 수도 있는 거지. 허나 만약 그 멘토가 죽음 등의 이유로 부재하는 상황이라면? 어린 입장에서는 당연히 겁나서 몸 사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난 오히려 이 영화 속 닉 퓨리가 더 매정해보이더라. 그래도 아직 애잖아. 수퍼 스파이는 자기지, 피터가 아니었다. 오로지 목적만을 위해 어린 아이를 윽박지르는 닉 퓨리의 모습에서 원작의 그것이 느껴져 캐릭터 반영 같아 좋기는 했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은 안 들더라. 아, 그리고 짝사랑 상대가 바뀌는 문제. 솔직히 이것도 문제라고 해야하냐? 어릴 때 얘 잠깐 좋아했다가 쟤 잠깐 좋아했다가 다들 그러는 거잖아.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속 어른들은 죄다 상징적이다. 아직 어른도 안 된 애한테 화내고 혼내는 어른이 있고, 상냥하고 잘해주는 척 하다가 뒷통수 후리는 어른이 있으며, 그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어른도 있네. 떠올린 김에 내가 사회 초년생으로 막 편입 되었던 시절에 내게 그런 사람들이 누구였나를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근데 그 중에서 제일 빡치는 건 '척'하는 어른이었어.

말 나온 김에 악당 이야기를 좀 하면. 타이밍 죽여줬다. 영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미스테리오는 어벤져스를 비롯한 영웅들이 지구에서 자취를 감춘 지금 시점에 알맞는 빌런이었다. 요즘 워낙 가짜 뉴스가 화두이기도 하잖아? 환각과 쇼맨십으로 일반 대중들을 유혹한다는 설정이니 맞았다고 하겠다. 처음엔 진짜 카마르 타지에서 분파 먹었던 마법사 출신인 . 아서 C 클라크의 유명한 말이 떠오르더라.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없다'. <토르 - 천둥의 > 나왔던 말이기도 해서 아귀가 들어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근데 새끼는 원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대 연출가나 영화 특수효과 전문가로 전향했으면 훨씬 성공했을 새끼인데. 아니면 성인VR시장 하긴, 이디스 양도 받자마자 바에 올라가 부하들 앞에서 가오 잡는 보면 어지간히도 관심 종자라서 무대 뒤나 카메라 뒤에 있는 싫어했을 싶다. 암만 봐도 배우 체질. 

미스테리오 제이크 질렌할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실 작정하고 웃기게 만든 포인트는 아닌 같은데... <시빌 >에서의 토니 플래시백 장면 제이크 질렌할 표정이 너무 순간적으로 <나이트크롤러> 그것 같아 극장에서 혼자 터졌다. 근데 그것 빼고 봐도 연기 너무 잘해서 깊은 만족. 좋아하던 배우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에 나와 대활약하는 보고 있자니 신나서 주체할 수가 없더라. <홈커밍> 마이클 키튼도 그렇고 하여튼 MCU 놈들이 요즘 빌런들은 뽑는다니까.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들 액션 시퀀스의 포인트는 바로 관중의 유무다. 스파이더맨과 악당이 싸울 언제나 그걸 지켜보는 뉴요커 관객들이 존재한다. 관객들은 스파이더맨을 응원 하면서 악당들에겐 야유를 퍼붓는다. 800여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설정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는 주인공이 관심 받고 싶어하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설정이다. 그렇다. 그의 본질은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데에 있다. 거대한 힘과 유명세를 가졌을 남들 앞에 나서고 싶어하는 청소년기의 바로 욕구. 그래서 싸울 때도 항상 남이 지켜보길 원하는 바로 욕망. 스파이더맨 액션 시퀀스의 재미는 바로 거기에서 온다.


<스파이더맨 - 프롬 > 거기서 나아간다. 가짜 뉴스와 황색 언론들의 공세를 통해 그저 보이는 것만을 철썩같이 믿게 되는 현대 사람들의 태도도 함께 녹아있다. 영화는 곳곳에서 언론매체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악당들이 활개치는 모습은 이탈리아 뉴스 프로그램의 TV 화면을 통해 성실히 중계되고, 더불어 주인공의 동급생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죽고 못사는 모습 역시 보여주며 친밀도를 높인다. 여기에 마지막 방을 더하는 영화의 반전. <스파이더맨 - 프롬 > 시리즈의 성장 영화적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도 전편에 비해 스펙터클 역시 키워 훨씬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그러면서도책임은 회피할 없다 메시지마저 던져주는 만든 영화다. 그리고 다른 배우도 아니고,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이후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영화로 복귀한 제이크 질렌할의 멋진 모습도 있다.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 작년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잇는 웰메이드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아우가 나타났다.



뱀발 - 그나저나 죽어서도 빌런 제조기 명불허전 토선생...


뱀발 2- 그나저나 이제 플래시는 학교 가는 일을 무서워할까, 아니면 설레여할까? 그동안 괴롭혔던 찐따가 어메이징하고 스펙타큘라한 초인이었으니 무서워해야하는 건가. 아니면 팬이 덕질하던 연예인 싸인회 때처럼 신나해야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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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7/12 20:47 # 답글

    플래시톰슨은... 원작처럼 일부 갱생하지 않을까... 메이즈러너 시리즈의 갤리처럼 오랜시간 안나오다 나중에 가벼운 조력자로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 天照帝 2019/07/13 14:32 #

    에이전트 베놈으로서의 미래는...

    일단 소니 베놈이 MCU로 들어올 수 있느냐 마냐가 문제겠군요
  • CINEKOON 2019/07/15 14:14 #

    원작 반영이든 아니든 본작에서 찔끔찔끔 떡밥 깔아두는 걸 보니 3편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것 같던데요. 이미 피터의 정체가 다 까발려진 판이니 어떤 스탠스를 취하긴 하겠죠?
  • 잠본이 2019/07/14 03:22 # 답글

    토니도 토니지만 피터 본인도 한번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을 했으니 트라우마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죠.
    그래서 이제야 정신차리고 인생 좀 살아보려는 애를 저 망할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다니 아이고~
  • CINEKOON 2019/07/15 14:14 #

    이게 정답이겠죠. 죽음에서 살아돌아와 죽음의 공포를 아는 애한테...
  • ChristopherK 2019/07/15 12:29 # 답글

    다음 빌런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블립 덕택에 코찔찔이가 순식간에 동년배로 변해버린 그 친구가 저는 참 신경쓰이던데 말이죠.

    그나저나 토니 이 개새야
  • CINEKOON 2019/07/15 14:15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학교에서 만나면 이제 피터 앞에서 짜지지 않을까요, 초인인 걸 안 이상.
  • IOTA옹 2019/08/23 15:03 # 답글

    스크럴이 아군인데 마지막 아웃팅이 큰 문제일까 싶어요..
    미스테리오로 변해서 저 영상 구라! 라고 해도 좋고,
    피터파커로 변신해 스파이더맨과 같이 있는 장면 보여줘도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스타크 인더스트리나 닉퓨리등이 변호해주고 사실 공개하고 등등
    기존 영화시리즈의 빈곤한 스파이더맨이 아닌 어벤저스 소속의 든든한 빽(업)이 있는 스파이더맨인데 정체 공개따위 대수인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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