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2 21:37

더 원, 2001 대여점 (구작)


이연걸이 두 명 나오는 평행 우주 영화. 물론 실제로는 평행 우주의 숫자만큼이나 더 많은 이연걸들이 나오지만, 결국에는 선연걸과 악연걸의 다이다이라는 점에서 어쨌든 두 명 나오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포스터에서부터 <매트릭스>를 걸고 넘어지는데, 확실히 <매트릭스>가 나온지 채 얼마 되지 않아 개봉된 영화라 곳곳에 그 영향 아닌 영향들이 많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굳이 따지고보면 꼭 <매트릭스>가 아니더라도, 요즘 우리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대충 쓰고 있는 표현인 테크노 액션 영화의 속성도 좀 갖고 있다. 강렬한 음악이 울려퍼지며 초인적인 힘을 가진 주인공과 악당들이 몽환적이고 싸이키델릭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뭐 그런... 영화가 되려나?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는 꽤 큰 세계관을 설정한 영화인지라 그 설정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했던 건 팩트. 보통 그런 굵직한 세계관을 가진 SF 작품에서 그 세계관 설정을 오프닝 시퀀스 자막과 내레이션만으로 떼우려드는 건 망한 영화들 전통인데 어째 시작부터 불안하다 했다. 자막은 물론이고 중후한 보이스의 내레이션까지 분위기 쫙쫙 깔며 내뱉는데 거기서 번져드는 불안감이란...

혹시나가 역시나. 결과는 역시 망. 선한 이연걸과 악한 이연걸을 설정해놓고도 정체성 고민 등의 묘사는 거의 전무. 여기에 쓸데없이 설정한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설정한 만큼이나 쓸데없이 다 죽여 버린다. 아니,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꼭 평행 우주라는 설정이 필요한 이야기냐? 제작진이 결국 하고 싶었던 건 그냥 이연걸과 이연걸이 싸우는 그림을 만드는 것 뿐인데 고작 그거 하나 하자고 설정을 이렇게 부풀려? 밑밥을 깔았으면, 그래서 기대감을 심어줬으면 그거에 대한 응당의 책임을 져야지. 이 정도의 소동극에 불과할 거면 그냥 그런 잔설정 다 쳐내고 이연걸 얼굴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로 설정했어도 하등 상관 없는 문제 아니야? 그럼 특수효과와 CG에 들어가는 돈도 절약되고 얼마나 좋아.

평행 우주 요원이란 놈들은 죄다 멍청이다. 그렇게 위험한 초능력자 악당인데 안 죽이고 대체 뭐하는 거야. 맨 주먹으로 강철도 뚫는 놈인데 거기다 대고 별다른 트릭 없이 맨 몸으로 덤비는 그 패기 하나만큼은 인정해줘야겠다. 

그나마 이 영화가 잘한 건 특유의 초능력 액션인데, 지금 와서 보니 이게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퀵실버 액션에 모종의 영감을 줬을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것도 딱 거기까지다. 그걸로 엄청난 걸 또 보여주는 건 아니고, 딱 참고할만한 정도였음. 하여튼 이럴 거면 왜 만들었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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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패밀리 맨, 2000 2021-01-26 23:26: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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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스와티 2019/07/13 22:10 # 답글

    매트릭스에 나오는 오라클의 경호원 세라프의 역을 이연걸이 맡기로 했었는데 더원 출연으로 고사되었단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 CINEKOON 2019/07/15 14:11 #

    역시 인생사 새옹지마...
  • 잠본이 2019/07/14 03:18 # 답글

    쌍둥이 트릭은 이미 성룡아저씨가 쌍룡회에서 해먹어서... 거기선 한편먹고 같이 싸우는 전개지만
  • CINEKOON 2019/07/15 14:12 #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쌍둥이 전개는 많잖아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하는게 어땠겠는가... 지금 버전은 너무 날로 먹으려다 실패한 인상이라 흙흙
  • IOTA옹 2019/08/23 14:59 # 답글

    배우로서 조연보다는 주연이 좋았겠지만 이연걸 세라프도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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