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3 01:01

로얄 테넌바움, 2001 대여점 (구작)


이야기를 펼치는 방식에서부터 시각적인 미장센까지. 자기만의 스타일이 너무나도 확고한 감독들이 있다. 타란티노나 버튼 같은 감독들이 그렇지. 둘의 영화들은 감독 크레딧 가리고 봐도 아마 씬에서부터 그들의 손길이 느껴질 것이다. 근데 웨스 앤더슨은? 씬이 아니라 아마 쇼트에서부터 웨스 앤더슨 냄새날 .


웨스 앤더슨의 초기작이라고 있을텐데, 이미 감독의 스타일이 완성되었음을 느낄 있다. 물론 전에도 정도의 장편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만큼 웨스 앤더슨이라는 감독의 자아가 짙게 투영된 작품인데, 그러면서 재밌는 재능을 점차 검증해나가던 시기였던지라 이후 나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느낌과 다른 부분들도 있다는 . 세트가 아니라 야외 로케이션 촬영을 부분들도 많은데 부분들에서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근데 그게 좋음. 요즈음의 웨스 앤더슨이라면 그런 부분들 같아서. 광적으로 대칭에 집착하는 미장센도, 아직 영화에서 만큼은 '광적인' 느낌 없다. 오히려 지금 기준의 웨스 앤더슨 작품들을 비교해본다면 순한 느낌.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시각적인 분위기를 떠나 웨스 앤더슨이 자주 펼치는 이야기의 전개가 완성된 같아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횡으로 산개했다가 점으로 회귀하는 이야기거든, 이게. 물론 이런 이야기 구조가 웨스 앤더슨만의 특허품인 아니지만, 하여튼 이후 웨스 앤더슨 작품들이 대부분 이렇게 진행되고 있으니까.


콩가루 가족 이야기다. 남편이자 아버지는 어떤 외간 여자와 바람 피우는 것도 아니건만 밖으로 싸돌아 다니며 가정을 등한시 하고, 그나마 아내이자 어머니가 가장 역할을 한다. 천재 사업가가 알았던 첫째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후 결벽증 마냥 안전에 집착하고, 입양된 둘째는 시종일관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막내 아들은 운동선수로서 빛을 보나 했으나 말도 되는 마지막 경기로 선수 생활을 비참하게 마무리한다. 근데 나중엔 입양된 둘째 누나랑 막내랑 썸도 타고 키스도 하고 그럼. 이게 콩가루 가족 아니면 뭐냐.


결국엔 밖으로 나돌던 남자가 말년이 되어서야 가장으로서의 정신적 정서적 권위를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근데 동기가 불치병이나 깨달음이 아닌 그냥 아내가 다른 남자랑 재혼하는 보기 싫었던 데에서 나왔다는 개그. 


높았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끝내는 가족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를 부둥켜 안는 모습이 전반적으로 담겨 있다. 근데 이야기 측면보다 시각적인 측면이 와닿는 과연 웨스 앤더슨 작품이다 싶은 거지.


핵크만은 진짜 배우네.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의 모습이랑은 다르잖나. 머레이와 오웬 윌슨이야 웨스 앤더슨과 항상 세트로 다니는 인물들이니... 그나저나 웨스 앤더슨은 스틸러랑 작품을 할까. 분위기나 톤에 있어서는 존나 맞는 콤비처럼 보이는데.


가족에게 기대하고, 친구에게 기대하고, 연인에게 기대하고, 동료에게 기대하는. 그리고 누구나 스스로에게도 기대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근데 그거 씨잘데기 없는 거여. 기대 한다고 해서 기대를 넘겨줘야 하나. 그냥 있는 그대로 어화둥둥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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