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는 '에이스 벤츄라 주니어'. 제목 그대로 이전 시리즈들의 주인공인 에이스 벤츄라가 낳은 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제작 타이밍이 기묘한데, 바로 직전에 나온 시리즈의 2편이 개봉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만들어진 작품이거든. 게다가 시리즈의 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짐 캐리가 없고. 근데 또 극장 개봉작이 아니라 홈비디오용 영화야. ...... 어디서 <나홀로 집에 3> 냄새가 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나홀로 집에 3>과 비슷한 영화다. 전작의 배우들 싹 다 갈아버린 채 억지로 만든 느낌의 세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 하나. <나홀로 집에 3>가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욕을 먹는 것은 응당하다고 느껴지나, 단순히 전작의 배우들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마냥 비난 받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팬들의 아쉬움은 잘 알지. 하지만 맥컬리 컬킨이 안 나온다는 것만으로 욕하기는 좀 그렇잖아.
<나홀로 집에> 시리즈의 핵심은 캐릭터가 아닌 그 구조에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존재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홈메이드 트랩으로 3류 악당들을 물리치는 바로 그 구조가 더 중요한 시리즈인 것. 때문에 <나홀로 집에 3>의 기획은 어느 한 편으로 이해가 된다. 물론 폭망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허나 <에이스 벤츄라> 시리즈의 태생은 좀 다르다. 이 시리즈들은 구조나 이야기가 별로 안 중요하거든. 오직 짐 캐리 얼굴 빨 하나 믿고 연명한 시리즈인데 이야기가 뭐 대수람.
근데 이 영화는 그게 없잖아. 시리즈 전체를 지탱하고 있던 유일한 대들보, 바로 그 짐 캐리가 없잖아. 때문에 영화는 그냥 폭삭 주저 앉는다. 애초 짐 캐리가 없으니 동물 탐정이라는 직업적 특성 하나 믿고 달려야 하는 건데, 사실 그것도 짐 캐리가 길길이 날뛰며 했기에 망정이지 그 직업 자체는 별로 재미 없거든.
시리즈 영화에서 과거의 영광을 간직하는 건 중요하다. 이전 시리즈들이 왜 사랑 받았는지를 스스로가 잘 알고 있어야 그 사랑을 계속 이어 받을 수 있는 거잖아. 하지만 너무 그 과거의 영광만 붙들고 있는 건 또 한심한 거다. 이 영화가 딱 그렇다. 에이스 벤츄라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니 헤어 스타일 개그 같은 것 정도만 반복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꾸렸어야 했다. 근데 이 영화는 내내 나오지도 않는 짐 캐리의 유령에 붙들려 있는 것 같음.
개연성은 여전히 밥 말아 먹었고, 유머는 다 유치한데다, 일단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이 너무 대충이다. 무슨 <해리 포터> 마법 가방도 아니고 학교 사물함 안에 연구실을 만들어 놨냐. 그것도 초등학생이! 게다가 몇 천만불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티라노사우르스 화석 퀄리티는 왜 또 이 따위여. 아무리 홈비디오용 영화라지만 이거 너무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고.
허나 그런 거 길게 이야기해서 무엇하겠나.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은 바로 그 짐 캐리가 없다는 것일텐데. 이럴 거면 그냥 나오지 말든지, 아니면 기왕 나올 거 2편과 텀을 좀 줄여보던지. 2편 이후 거의 10년 만에 찾아와놓고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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