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정도면 병이다. 맨날 넷플릭스 오리지널 보고 욕하면서, 결국엔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골라잡아 보고 있는 나의 한심한 모습이란...
첩보 소설 작가로서의 꿈을 좇던 남자가 자기 책 좀 팔아볼라다가 과잉 뻥튀기 광고 때문에 진짜 암살자로 오인 받게 되어 졸지에 베네수엘라 반군에게 납치되어 청부 살인을 접수 받게 된다는 이야기. 겁나 길게 썼지만 더 짧게 요약하면 그냥 방구석 오타쿠가 자기 꿈 이루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존나 막가파 영화다. 아무리 디지털 다운로드용 소설이라고 해도 그렇지, 작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출판업자 마음대로 픽션을 논픽션이라고 홍보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여기에 이어지는 줄줄이 소세지. 소설 작가가 전직 암살자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이역만리 미국 땅까지 와서 납치를 실행하는 베네수엘라 반군들의 존재와 그 실행력도 넌센스인데 여기에 그 주인공을 돌림빵으로 갈구는 존재들이 각각 베네수엘라 반군의 수장과 러시아 마약 조직의 수장과 베네수엘라의 독재자라는 게... 뭐, 그냥 막 나가는 코미디 하겠다는 선언이지.
애초 그런 영화라는 점에서 개연성에 대한 아쉬움을 잠시 접어줄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주인공을 베네수엘라 내에 묶어두려는 영화 작가들의 태도는 이 정도면 태업이다. 당장이라도 공항 가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조력자랍시고 하는 말이 '공항에도 놈들의 눈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천하태평. 참 마법의 단어야, 그치? 주인공 집에 돌려보낼 순 없으니 그 대사 한 마디로 퉁쳐버리고 개연성을 과감하게 창조해내는 그 태도.
예컨대 설계도가 다 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의 상상 장면들은 모두 영화 후반부 리바이벌 되고, 평범한 정보요원 출신인 줄 알았던 친구는 모사드 정보요원 출신이 평범해? 모사드 최전선 특수 요원이었다는 깨알 반전에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배신들까지. 영화 초반부만 봐도 대충 어떻게 끝나겠구나- 하고 속이 보이는 영화.
근데 그래도, 영화 자체가 코미디 영화로써 웃음 타율이 높다면 다 봐줄 수 있다. 케빈 제임스의 순수한 척하는 연기는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안 웃기다는 게 문제. 결말은 갑작스럽고 액션은 허접한데다 코미디까지 자폭이니. 뭐, 더 할 말이 없네.
존나 막가파 영화지만 동시에 존나 나이브한 영화이기도 하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 한들 이 정도로 순수하면 그건 죄다. 논픽션 소설 냈다고 인기 작가 되어 방송 타고, 반군 출신의 정의로운 용사가 독재자 축출 되자마자 대통령으로 당선 되고, 그리고 이 모든 모험들을 미국 CIA는 그냥 손가락 빨고 지켜본다는 게... 이거 너무 현실 감각 과도하게 없는 이야기 아니야?
덧글
남중생 2019/07/25 02:56 # 답글
공감하면 안 되는데...
CINEKOON 2019/07/28 21:31 #
명탐정 호성 2019/07/25 13:23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