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4 23:37

라이온 킹 극장전 (신작)


그걸 먼저 말해야겠다. 1994년에 나온 영화의 원작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든 영화들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러니까 내가 실사화에 걸었던 기대치가 얼마나 컸을지는 봐도 블루레이겠지. 허나 막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니... 감동했다거나 실망했다거나 그런 것들 보다도, 영화란 것이 무엇인지 정의 내려주는 영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소리냐면, 영화 자체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다'라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인 <정글북> 같은 경우엔 보는내내 위화감이 없었다. 영화를 즐기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근데 영화 보고 나서 돌이켜보니, 적어도 <정글북> 모글리라는 실제 배우가 연기한 인간 소년이 존재하지 않았나. 때문에 주위 캐릭터들이 온통 곰탱이에 범에 늑대여도, 주인공 소년의 감정만 따라가면 되는 거라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 근데 <라이온 >에는 인간 등장인물이 명도 없잖아. 그러다보니까 도무지 감정이입할 대상이 없다. 


반론도 가능하다. 1994년작 <라이온 > 인간측 주인공이 없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그래서 조금 정정해 다시 말하면, 이번 2019년작 <라이온 > 문제는 인간 캐릭터의 유무가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표정을 통한 감정묘사가 없이 부족한 문제란 거다. 아니, 시바 그냥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마냥 동물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고 추고 울고 불고 짜고 하는데 지나치게 사실주의 노선을 걷는 영화이다 보니 표정들이 없어 희로애락이 전혀 느껴진다. 94년작 애니메이션은 그걸 얼마나 했었는데. 어째 기술력이 좋아진 2019년작이 떨어지냐.


동물들이니 단순 목소리 연기 외에 실제 배우들의 모션 캡쳐가 불필요했을테지만, 하다못해 표정이라도 배우들 얼굴 모션 캡쳐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했던 식으로 하면 낫지 않았을까? ? 그건 상상 속의 동물인 용이니 상관 없고 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들이니 표정 씌우는 사실적이라 말이 되는 거냐? 아니, 애초에 그럴 거면 동물들 시키고 노래 시키는 부터가 넌센스지.


하지만 양보해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그나마 감아줄 있다. 그건 그냥 전략상의 패착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제대로 못한 따로 있다. 반드시 해냈어야만 했던 것은 다른 것이다. 바로 뮤지컬 장면 연출.


...... 이거 지금 'Be prepared' 부른 거야? 원작의 군국주의적 나치 센스는 어디 가고 비실비실 병든 고양이 마리가 나와 투자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듯 나긋나긋 공손하게 부른 이게 지금 'Be prepared'라고? 장난하나, 이거.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낫지만, 그럼에도 재해석은 아니다. 사랑 노래이니 감정 표현이 제일 중요한데 상술했듯 영화에서 감정을 느끼기는 고담시에서 정상인 찾기 같은 느낌이라.


국내의 방송국에서 이번 영화를 두고 '여전한 가부장적 신화'라고 어설프게 깠다가 더럽게 먹고 있던데, 어느 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나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사이 많은 것들이 변화하지 않았나. 게다가 좋든 싫든 그런 정치적 올바름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가 디즈니고. 그런데도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신화를 실사화 해서 가져왔으니 불편할 수는 있지. 허나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다. 애초 원작이 봉건사회의 남성 중심적 텍스트인 어쩌라고. 다른 떠나서 제목이 ''이잖아, . 그걸 바꿀 수는 없는 거지. 디즈니도 그걸 알아서, 그나마 편법 아닌 편법으로 원작에 비해 날라나 세라비 같은 여성 캐릭터들의 암컷이라고 해야... 분량을 키운 느껴진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와 맞지 않는 지점은 다른 곳에 있는데. 결국 내용이라는 요약하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라' 정도의 이야기인 거잖아. 그런데 여성 남성 떠나서 요즘 와서는 오히려 쪽이 현대 가치에 맞지 않아? 좋든 싫든 자신의 운명에 귀속 되는 이야기인데. 아마 요즘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파사의 그런 일갈 보다, 현재를 즐기고 욜로하자- 라고 외치는 티몬 & 품바의 모토가 와닿을 같았다. 무파사 아저씨,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이야기하면 꼰대 소리 들어요. 시대 바뀐 줄을 알아야지.


기술력은 끝판왕이나영화 자체의 흥미가 없으니 그냥 값비싼 PPT 밖에  보인다디즈니가 '우리  정도 CG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한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없고그러다보니 영화 내내 시큰둥하게 되는그야말로 감흥 없는 신세계란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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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7/24 23:40 # 답글

    첫 두 문장에서 제가 느낀 것은.... 비극의 전조라고 해야겠죠.
    원작을 좋아하는 만큼 후속작의 미흡한 점에 대한 데미지가 커지니까요
  • CINEKOON 2019/07/28 21:31 #

    띠로리- 이런 거죠
  • 리쿤 2019/07/25 14:31 # 답글

    안봐도 블루레이겠지<- 가 참 재밌네여 ㅋㅋㅋㅋㅋㅋ
  • CINEKOON 2019/07/28 21:31 #

    4K UHD라고 쓸려다가 자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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