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20:41

돈 워리 극장전 (신작)


구스 반 산트 영화 극장에서 오랜만에 봤네.

전신마비와 알콜 중독 때문에 인생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던 남자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금 깨치는 이야기. 여기까지만 봐도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반복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영화 본편 자체도 크게 새로울 거 없음. 다만 이 영화엔 호아킨 피닉스가 있다는 점.

호아킨 피닉스의 경력 최고 연기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존재가 이 영화를 대들보처럼 받치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한 편의 영화를 온전히 책임지는 배우. 어쩌면 그 말은 호아킨 피닉스를 위해 만들어진 말일 지도 모른다.

때문에 배우 보는 맛을 제외한다면 영화 자체는 역시 평범하다. 루니 마라, 잭 블랙, 조나 힐 등 좋은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오지만 그들이 프레임에 등장하는 순간들만 온전하게 빛날 뿐,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굉장히 납작하게 묘사된다. 그들과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사이의 관계도 그만큼 입체적이지 못하고.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영화인데, 정작 그 메시지를 말하는 목소리엔 힘이 없다. 소리지르지 않는 것은 아닌데 왜인지 울부짖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인공의 삶은 울부짖어 마땅한 상황인데, 왜 정작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그걸 느끼지 못 했을까. 어쩌면 이야기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영화에 이야기가 없다. 몇 가지의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성기게 엉겨 붙어 있을 뿐, 그마저도 뻔한 건 두 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고.

차라리 잭 블랙이 연기한 캐릭터를 좀 더 집중 조명 했으면 어땠을까. 애초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지라 이것저것 많이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그 사고 이후 그가 겪었을 삶의 궤적이 궁금해졌다. 생면부지였다 잠깐의 시간을 같이 보냄으로써 급하게 친밀해진 누군가가 자기의 실수 때문에 삶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면 대체 그 책임의 무게는 어느 정도인 걸까. 생각만해도 존나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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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7/28 20:59 # 답글

    결론 : 호아킨이 답이다
  • CINEKOON 2019/07/28 21:32 #

    근데 호아킨 피닉스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안 본다던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나같으면 궁금해서 못참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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