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21:23

롱 샷 극장전 (신작)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고, 특정한 영화로 콕 집어 이야기한다면 21세기의 <귀여운 여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귀여운 여인> 같은 경우엔 영화 속에서 직접 언급도 되고 있으니까. 다만 이번엔 그 신데렐라가, 그 귀여운 여인이 남자라는 것. 21세기 들어 유행하고 있는 성 반전 기획 영화의 또다른 신작.

성 반전 영화들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좀 새로울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인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기존에 유행하던 이야기 구조에서 단순히 성만 바꾸는 건 재미 없단 소리다. 그 이상의 재미가 항상 담보되어야 하지. 바로 그런 점에서 <롱 샷>은 좌초될 위험이 큰 기획처럼 보였다. 근데 성 반전 영화로만 볼 게 아니라, 어찌되었든 간에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란 말이지. 그리고 바로 그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배우들이 빛나게 먹여살리는 장르이고. 

아닌 게 아니라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이 다한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의 미덕은 그것에 있다. 항상 새로운 얼굴의 배우들을 등용문으로써 소개하거나, 또는 익숙한 배우들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했던 조합으로 관객의 마음을 달래는. 이 영화는 후자에 가깝다.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 정도면 전세계 영화 팬들 중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 허나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이 연애하는 영화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음.

세스 로건, 좋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고, 수더분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를 잘 연기해냈다고 본다. 다만 그 이상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움. 정말 좋은 배우고 좋은 각본가지만,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기존에 그가 연기해왔던 캐릭터들의 연장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거든. 충분히 좋지만 아주 새로운 부분은 없다는 말. 허나 샤를리즈 테론은 다르다. 이쯤 되면 샤를리즈 테론은 진정한 전천후 배우라 불리우는 게 마땅해 보인다. 축 늘어진 신체로 무기력하고 우울한 임산부 역할을 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건만, 이제 와서는 교과서적인 미인으로 돌아와 날아 다닌다. 이 배우가 <몬스터>와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속 그 배우 맞나 싶을 정도. 

그리고 바로 그런 두 배우의 이미지를 영화가 요긴하게 잘 써먹는다. 친숙한 이미지의 세스 로건에겐 수더분한 역할을 주되 자기 주장과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로 일말의 변주를 시도하고, 그 자체로 할리우드 스타처럼 보이는 샤를리즈 테론에겐 그야말로 스타 정치인의 표본 같은 역할을 줬다. 두 배우의 기존 이미지가 영화에 강하게 투영된 경우. 코미디 감각이 아주 훌륭하다곤 할 수 없지만 두 배우의 합을 친절히 잘 끌어내고, 다소 급해 보이는 두 인물 간의 관계 진전 역시 에둘러 설명할 것 없이 '뭐 어때?'라는 마인드로 그냥 밀어 붙인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성 반전 영화로써의 부분들. 나도 남성이지만 성 반전을 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해보이긴 하더라. 이 영화 속 세스 로건이 여성 캐릭터였다면 그 결말은 이렇게 쿨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그냥 세스 로건처럼 생긴 백인 남성이니까 아주 쿨하게 이해받는 것처럼 보이는 느낌? 또 영화 초반부만 하더라도 여성 정치인으로서 주인공이 겪는 각종 모순들을 잘 보여주는가 싶었는데 정작 중반 넘어서부터는 흐지부지. 근데 사실 이런 점들은 좀 사소한 불만들이고. 가장 큰 불만은 역시 전개가 좀 과격하고 뻔하다는 점. 허나 이것 역시 모든 로맨틱 코미디들의 고질병이니 뭐 구태여 트집 잡을 생각은 없다.

아무리 봐도 감독보다 배우의 힘이 큰 영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샤를리즈 테론의 일당백 포스가 대단한. 보는 내내 세스 로건 부럽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 이 영화 촬영할 동안만큼은 세스 로건 정말 행복했을 것 같다. 샤를리즈 테론이 대통령 나간다면 무조건 투표할 거임. 공화당이여도 투표할 거임. 두 번 할 거임. 그거 무효표잖아

뱀발 -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앤디 서키스도 나온다. 근데 앤디 서키스는 여차하면 못 알아볼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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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7/29 03:35 # 답글

    세스로건은 뭘봐도 세스로건을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세스로건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상황에 있을 뿐 세스로건은 세스로건인 것이죠. 그러니 이제부턴 세스로건 평행 유니버스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CINEKOON 2019/08/01 20:47 #

    그렇게 따지면 전 사무엘 L 잭슨 유니버스로 맞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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