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30 22:58

블랙 클랜스 맨, 2018 대여점 (구작)


그동안의 스파이크 리는 갈팡질팡인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겐. <똑바로 살아라> 같은 초기작들은 충분히 좋았지만 흥미가 동하지 않았고, 이후 나오는 영화들 역시 그랬다. 뭐랄까, 장르적 재미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화롭지 못한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 <블랙 클랜스 > 스파이크 리의 정점처럼 보인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스파이크 영화들 제일 재밌게 봤다니까.


흑인과 유대인을 경멸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에 흑인 & 유대인 형사 콤비가 언더 커버로 침투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언더 커버 이야기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간에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힘이 있지않나. 영화가 그걸 요긴하게 써먹는다. 긴장 줘야할 부분에선 긴장 주고, 실소가 터져야할 타이밍엔 타이밍을 잡아 준다. 지금까지의 스파이크 영화들은 어느 부분에 함몰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게 적절히 변속 잘한 느낌.


타란티노가 <장고 - 분노의 추적자>에서도 그렇게 했었지만, 어째 요즘 나오는 영화들에선 KKK단의 악랄한 속성보다 찐따 같고 찌질한 속성을 꼬집는 좋아하는 같다. 영화에 나오는 KKK 멤버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다. , 테러 모의도 하고 뒤숭숭하게 음모 꾸미는 모양새가 악당스러운 사실이지만 그런 묘사들 보다는 현실적인 찌질함을 끄집어내는 데에 영화가 관심이 많음. KKK단이면 존나 악랄한 카리스마 쩌는 눈깔 뒤집힌 신봉자들만 모여있을 것만 같은데, 정작 영화에서의 KKK단들 취급은... 지부장 자리를 놓고 싸바싸바 현실 로비를 벌이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온갖 잘난체 하다가 허당스러운 면모가 드러나는가 하면, 그냥 온종일 약과 술에 찌든 멍청이도 있다. 그리고 정점은 후반부 비밀 집회 장면. 지들 딴에는 나름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는가 싶더니 바로 이어지는 팝콘 뜯고 소리지르면서 영화 단관하는 . 하긴, 생각해보면 진짜 머리 좋게 악랄하고 무서운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서 활동할 확률이 적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인종 가리지 않고 싸잡아 등쳐먹는 갱스터나 국제 범죄자 되겠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대개 사는내내 무시 받았거나 그로인해 스스로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 거다. 자기가 받았던 고통을 자기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푸는 행위의 종류가 인종 차별인 거니까. 


하여튼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 잠깐이나마 나오고, 외에도 당시의 각종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들이 언급되는 대중문화에 인색하지 않은 스파이크 리의 취향이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당연히 <국가의 탄생> 좋게 쳐주고 있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대놓고 당시 흑인 인권 운동과 면밀히 관계를 맺고 있는 이야기라 스파이크 리의 흥미가 동했을 같은데, 그러면서도 장르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중요 포인트. 그리고 결국 영화의 최후반 결말부에는 메시지를 대놓고 던져준다는 역시도 포인트다. 진짜 어쩌려고 세계가 이렇게 무참히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블랙 팬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라이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린 > 영화까지. 최근 기록적인 흥행세를 보이거나 각종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리는 영화들의 목록을 보면, 세계와 세대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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