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1 19:38

킹덤 오브 헤븐, 2005 대여점 (구작)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관람 포맷은 감독판.

리들리 스콧의 또다른 대서사시. 전쟁의 디테일이 다소 아쉽고, 약간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서사 구조가 서운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규모의 이런 이야기를 또 보기란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존나 웃긴 건, 이 영화 개봉 당시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내가 중학생쯤이었는데 보면서 더럽게 지루 했다는 거다. 영화 보면서, 특히 극장에서 보면서는 더더욱 영화 중간에 퇴장하는 일이 없는데 내 인생 유일한 중간 퇴장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그것도 영영 나가버린 건 아니었고 화장실도 갔다가 체조도 좀 하고 다시 들어간 것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음. 그 정도로 재미 없었던 첫 인상의 영화였다는 것. 그리고 반전은 몇 년 뒤, 역시 감독판에서 일어났다. 아니, 무슨 10여분 정도도 아니고 50여분을 뭉텅 잘라내 극장 개봉하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 이거 지금 와서 다시 봐도 중간에 그 정도로 자를 만한 이야기가 크게 없더구만. 

예루살렘이 갖는 복잡성의 포인트는 곳이 기독교의 성지인 동시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며, 유대교의 성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숱한 십자군 전쟁 역사의 맥락 속에서, 예루살렘은 종교들이 탈환하고 탈환해야하는 목표로써 존재했다.


리들리 스콧의 <킹덤 오브 헤븐> 주인공 발리앙이 예루살렘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사이 사이를, 영화는 관용의 메시지로 채운다. 영화 시점에 예루살렘은 기독교 세력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 교인들이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알라를 찾으며 기도하는 자들 역시, 기독교 세력과의 전쟁터에서 적들을 살려주겠다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다.


보두앵 4세가 발리앙에게 말했지. 어떤 권력가나 어떤 앞에 서더라도, 영혼만은 스스로의 것이라고. 그리고 훗날 있을 심판의 날에, 신은 모든 것을 이미 알고 계실 터이니 가서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핑계대도 소용없다고. 누가 시켜서 그랬다거나, 어쩔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하지 말라고. 영혼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이니까.


물론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평화와 관용을 추구하는 자들만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들 사이엔 기독교를 치자는 이슬람 세력도 존재했고, 이슬람을 이단이라 부르며 경멸하던 기독교 세력도 존재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몰락하지 않나. 유대교 성지와 이슬람교 성지, 기독교 성지 모두가 소중하니 서로를 이해하고 끝까지 지켜야한다 말하던 자들이 결국엔 승리하지 않나.


암흑 시대라 불리는 유럽의 중세 시대도 이럴진대, 문명 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가 그러면 정말 되는 거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의 이름을 걸고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며 자신과 다른 타인을 깎아 내리는 사람들을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테러를 자행하고 강압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싫어할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하늘에서 내려오자마자 그런 사람들부터 도장깨기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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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년 전에 벌어졌던 일을 통해 700여년 후의 상황까지 그려낸다. 중세시대 기사들의 칼싸움을 다룬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들 중 &lt;글래디에이터&gt;와 &lt;킹덤 오브 헤븐&gt;을 가장 먼저 떠올렸건만, 실상 다 보고 나면 리들리 스콧이 &lt;에이리언&gt;과 &lt;델마와 루이스&gt;의 감독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오롯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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