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00:55

엑시트 극장전 (신작)


연이은 취업 실패와 연애 실패, 여기에 명의 억센 누나들을 두고 막둥이로 태어난 원죄 아닌 원죄까지. 삼재라면 삼재라 있을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바로 주인공이, 예전 첫사랑과 조우해 다시 어떻게 해볼라다가 어떻게 해보기는 개뿔, 오히려 리얼 재난 상황에 빠져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는 이야기. 하나 다행인 , 그나마 벽타기에 재능은 있다더라.


일단 대중 영화로써 영화가 갖는 미덕은, 존나 콤팩트 하다는 데에 있다. 이야기와 설정이 더럽게 간단하다. 찌질한 청춘이 재난 사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라는 콘셉의 명료함이 좋다. 캐릭터 소개도 겁나 잘함. 솔직히 까놓고 말해, 관객으로서 주인공에 대해 알아야할 것은 가지 밖에 없는 거잖아. 1 - 취업 되고 연애도 . 2 - 가족들한테 무시 받음. 3 - 산악 동아리 출신으로 쓰는 데에는 재능있음. . 근데 세가지 정보를 영화 시작하고 20분도 되어 관객들 머릿속으로 성실하게 운반한다. 심지어 영화 오프닝이 주인공 철봉 놀이 하는 장면임. 


이렇게 캐릭터 소개를 완벽하게 해놨기 때문에, 영화는 이후 남은 모든 런닝타임을 죄다 액션에 때려박는다. 심지어 재난의 원인도 살짝 설명하고 끝임. 하긴, 근데 이것도 이치에 맞지. 생화학 테러범의 사연이랑 청년백수 주인공의 사연이랑 전혀 상관 없으니까. 남은 길을 영화가 열심히 뛰어갈 .


유튜브 시대의 재난 영화라고 해도 적절할 같다. 트위터를 위시한 각종 SNS 유튜브 등의 비디오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출범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그동안 할리우드에서든 충무로에서든 그것들을 재난 영화에서 활용하지는 않았었던 같다. 바로 점에서 <엑시트> 차별성을 가진다. 트위터의 속도는 뉴스의 그것보다 빠르고, 마치 게임 방송을 보듯 주인공의 생존 의지와 동선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중계되며, 보이지 않는 사각을 비추기 위해 화상 통화가 동원된다. 그리고 가장 좋은 . 영화가 이런 요소들을 통해 SNS 시대 자체에 대한 풍자 따위 생각을 전혀 한다는 것이다. 그냥 현실적인 설정이니까 갖다 거지, 이걸로 어줍잖게 사회 비판하고 이런 없음.


액션의 동선은 명확하고, 사이 사이를 기둥 마냥 지탱시켜주는 유머의 타율이 높다. 그리고 그걸 실현시킨 대부분이 배우들의 공이라고 본다. 조정석은 자신의 핏에 맞는 듯한 배역으로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의 구실을 주고, 윤아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점을 오히려 전형적인 이미지로 역이용하여 주인공의 첫사랑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더불어 영화의 조연진도 좋은데, 그들의 등장 시간은 짧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명확하여 짧게 설명해도 알아볼 있게끔 되어 있다. 이건 잘된 캐릭터 조형술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난거다.


다만 영화가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거 자체로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재난에서 벗어나는 부분의 분량과 스테이지 구성을 촘촘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근데 이것도 사실 생트집 잡는 거지, 지금 버전의 영화도 충분히 괜찮다.


분명 코믹한 톤의 영화인데, 모르게 울컥한 부분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무시 받던 주인공이, 울먹이면서 소리친다. "다들 제발 들어 봐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 모두의 만류에도 주인공은 건물 외벽의 유리창을 깨고, 모두의 만류에도 건너편 건물로 뛰어들며, 모두의 만류에도 벽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 새어나오는 마디. " 있어. 있어!" 대부분의 재난 영화나 액션 영화에서 번쯤은 나오는 자기 최면적 대사지만, 이상하게도 대사가 나를 울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있다고 말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 어쩌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의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2,30 청춘들에게 바치는 영화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면 왠지 사회 탓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파이팅이 없어서 그런 아니냐- 정도로 비춰질 있는 말이라서. 그리고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그냥, 스스로에게 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 좋아서. 그냥 안아주고 싶어져서. 단지 그뿐이다. 다른 뜻은 없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8/06 11:01 # 답글

    언젠가 망상을 펼치기를, 다이하드가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면 조정석 씨가 존맥클레인에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거기에 한스 그루버 역엔 김명민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장르이긴 합니다만, 사투 벌이다 어쩌다 자기 증명을 해버린다는 점이 닮아서 인상깊군요. 그 망상(?)이 이뤄진 것 같아서요.

    여담입니다만, 포스터보고 또 이상한 코미디 영화 나오나 싶었습니다. 진짜 이런 편견을 갖게 만들던 일련의 한국영화작품들에게 분노를 해야할지 홍보팀에게 분노를 해야할 지 모를 따름이네요. 이 분노를 잠재우려면 가서 보러가는 수 밖에 없겠죠.
  • CINEKOON 2019/08/24 11:34 #

    환풍구에 틀어박혀서 혼자 궁시렁 궁시렁 할 것을 상상하니 존 맥클레인 역할에 조정석도 영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한스 그루버는 김명민 외에 적임자가 있을 것 같은데 당장 떠오르지는 않아 아쉽...
  • 제트 리 2019/08/07 00:44 # 답글

    별 기대를 안 하고 봐서 더 재미 있었네요.....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기도 했고........ 윤아의 연기력도...... 상당히 좋더군요
  • CINEKOON 2019/08/24 11:35 #

    별 관심 없었는데 계산해보니 그래도 연기자 짬밥이 10여년 정도 되었더라고요?!
  • 이글루스 알리미 2019/08/12 08:15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08월 12일 줌(http://zum.com) 메인의 [컬처]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컬처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kdsa 2019/08/12 19:38 # 삭제 답글

    추천합니다
  • 나뭇꾼 2019/08/15 22:24 # 삭제 답글

    정말 재밋게 봤습니다. 가족과 함께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정말 대박 재미있었죠. 흥행 대박 나시길... 윤아 연기도 미모 못지않게 훌륭했었다고 우리만 생각한게 아니군요.
  • CINEKOON 2019/08/24 11:35 #

    900만까지는 갈 것 같습니다
  • 2019/08/16 22:3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INEKOON 2019/08/24 11:36 #

    원래 메시지와 철학 다 빼고 그냥 재밌게만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것이죠. 그런 면에선 미덕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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