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8 03:21

레이드 2 - 반격의 시작, 2014 대여점 (구작)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1보다 2편의 시나리오가 먼저 나왔었다 한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의 시나리오는 연작 형태의 속편이 아니었고, 그냥 조직 암투에 휘말리는 남자가 주인공인 스탠드얼론 영화였다고. 근데 그냥 일반인인 남자가 조직 사이 전쟁에 휘말리는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나 싶었고, 무엇보다 제작비 투자가 되어서 무한 보류 중이었던 . 때문에 프레젠테이션 겸으로 해서 <레이드> 먼저 찍었는데 그게 대성공한데다, 기존에 갖고 있던 시나리오를 영화의 연작 형태로 붙여 일반인 남자 주인공이 아닌 언더커버 경찰로 설정하니 여러모로 찰지게 붙는 느낌이었다고 하더라. 하여튼 그래서 만들어진 형태가 바로 지금의 속편 구성이다.


일화가 중요하냐면, <레이드 2> 전편과 결이 완전히 다른 영화이기 때문이다. 애초 기획부터가 시리즈의 일환이 아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레이드>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이야기로 알맞게 굴러가는 영화였다면, <레이드 2> 전편에 없었던 복잡한 서사에 대한 갈망을 풀기라도 하는 여러 인물들이 떼로 나와 여러 관계를 만들고 안에서 여려 갈등을 촉발시키는 이야기의 영화다.


의외로 홍콩이나 한국의 느와르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액션성 자체로는 여전히 대단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는 누가 뭐래도 느와르의 그것이다. 언더커버 영화인데 특히 <무간도> 떠오를 없지. 도시 암흑가의 경영권을 두고 인도네시아 본토 조직과 일본 조직이 맞서는 역시 그렇다. 문제는 콤팩트한 미덕의 전편에 비해 여러가지로 방만해져 조금 너저분해졌다는 인상이다. 이야기 자체도 오래된 것이지만 여기에 전형적인 관계와 그마저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묘사 등의 문제가 덕지덕지 덧붙는다. 잠입수사를 다루는 영화치고 서스펜스를 노리는 장면이 거의 없고, 인물들은 많지만 그들 각자의 사연이나 관계가 와닿지 않는다. 특히 레자. 애초 1 결말에서 2편으로 이어지게 가장 이유가 때문 아니었어? 근데 이렇게 대충 소개하고 대충 처리해도 되는 거냐.


나와도 무방했을 쓸데없는 인물은 오히려 길게 묘사한다. 여기 대표 인물은 프라코소. 1편에서 미친 개를 연기했던 아얀 루히안이 시치미 떼고 전혀 다른 인물로 나오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캐릭터는 이야기 전개에 1 영향을 주지 않는 인물이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1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역할을 다른 인물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는 . 게다가 여기서 이혼한 아내와 사이에서 얻은 아들 따위의 이야기도 부여되어 있잖아. 이게 대체 이야기에 필요한 거냐고. 암만 봐도 이건 그냥 감독과 배우가 친해서, 그리고 영화의 액션 코디네이터가 아얀 루히안이라서 그냥 넣은 설정인 같다. 그냥 트리거 역할 밖에 하는 캐릭터인데 뭔가 중요한 인물처럼 나와서 오히려 헷갈렸음.


액션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전편을 능가하는 액션 세트피스들을 보여준다. 좋은 화장실의 좁은 대변기 칸에 웅크려서 상대할 있을 만큼의 적만 들여보내 코피 터뜨려주는 장면이 대단하고, 연이어 이어지는 교도소 개싸움 장면도 디테일과 스케일 어느 하나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대단한 역시 영화 최후반부 최종보스와 펼치는 무도가 vs 무도가 싸움이겠지. 처음엔 페어플레이할 것처럼 굴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마자 무기 꺼내들고 쓰는 더티플레이가 재미있다. 명예롭게 싸우다가 먼저 꺼내는 치고 이기는 봤다 우리 인디아나 선생님은 싸움에 들고 가셨는데? 우주 어딘가의 누구는 행성 파괴 무기에 대고 댄스 배틀 벌이는데 ...


제일 재밌는 액션의 호흡을 시각화 시켰다는 데에 있다. '액션' 자체가 주는 재미도 상당하지만, '액션' 시동이 걸리기 직전 묘사들이 굉장히 좋다. 화장실 격투가 벌어지기 직전 대변기 문의 잠금쇠 나사가 풀려 떨어지는 묘사와 그걸 보는 주인공이 숨을 고르며 심기일전하는 모습. 교도소 개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에 대걸레 자루를 쥐어짜며 심호흡하는 모습. 부엌에서 판하기 전에 동작을 정리하는 모습. 이렇게 액션 직전의 순간들에 관객들이 호흡을 가다듬을 있는, 그러면서도 긴장감은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묘사들이 많다. 


시리즈 때마다 맨날 드는 생각. 아니, 주인공 배우가 이렇게 싸움을 잘하는데 대체 <깨어난 포스> 그따위로 출연시킨 거지? 스탤론 형님 <익스펜더블> 4 찍는다고 하시던데 거기에 이코 우웨이스 껴주면 좋겠다. 아니면 MCU <샹치>에서라도... 


액션성은 쩌는 영화. 하지만 전편과 비슷한 영화를 기대했다만 약간의 실망을 동반할 영화. 방만해졌다지만 어쨌거나 액션 장르계의 올타임 베스트는 거라고 본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8/10 03:58 # 답글

    어떤 작품을 보고 영향받으면 여기서 이러면 어떨까라는 발상을 통해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아닐때도 있어요. 어떤 작품의 특정장면이 너무 좋으면, 나 이거 꼭 내 작품에 넣을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모방한 장면을 스토리보드에 적거나 각본을 쓰곤 하죠. 어린 시절에 저는 그러고 놀았어요. 노트를 갈아치우며 말이죠.

    그 장면이 너무 머리에 각인되면 나에게 제작기회가 올 때 오히려 스트레스요인이 되더라고요. 아, 이거 넣고 싶은데 정말 넣고 싶은데 개연성이 안 맞고, 주제와도 다르네. 근데 이거 구현해보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마구 우겨넣은거죠. 저는 존윅보다 레이드2를 더 좋아 하는데, 존윅은 탁월한 공식이지만 레이드는 진부하지만 이상주의자의 생각을 담은 느낌이 들어서요. 뭔가 불안하고 구멍이 많지만, 액션 느와르 매니아가 꾸던 꿈 같은 상상력이 있었고, 그걸 만끽하며 보았죠. 아수라 볼 때처럼 흐뭇하게 봤던.
  • CINEKOON 2019/08/24 11:33 #

    저도 시나리오 쓸 때마다 매번 이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인데 막상 그 장면을 넣으려면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파이프를 잇는 미니 게임 같은 거 있잖아요. 도착 지점 파이프의 위치가 이미 정해져있으니 어떻게 꼬아서든 거기까지 도달해야하는 그 느낌. 전 글을 쓸 때마다 매번 그 게임을 떠올려요.
  • 로그온티어 2019/08/24 12:55 #

    으앗 파이프게임! 좋은 비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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