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5 14:34

커런트 워 극장전 (신작)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꼭 말하고 넘어가야할 대전제. 일단 이 영화가 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7년. 이미 완성되어 당시 토론토 영화제 상영까지 했던 작품이지만 상영 당시의 혹평과 더불어 제작자였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스캔들까지 대차게 터져나와 개봉일자 못 잡고 표류하다가 적지않은 분량의 재촬영과 재편집 과정을 거쳐 이제서야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 영화가 바로 이 <커런트 워> 되시겠다.

토론토 영화제 상영 버전을 본 적이 없기에 그냥 최종본인 이 개봉판대로만 말하면, 재촬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편이긴 하다. 중간마다 편집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존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역시 부드럽지 않다. 에디슨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든가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와 힘을 합치는 장면 등의 이야기 흐름은 약간 어설픈 인상. 물론 이 분량들이 재촬영으로 얻어낸 부분들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 없으나 하여튼 최종적인 결과물에 그렇게 느껴진다고.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처럼 제작사가 감독에게 너무 좋으니 더 찍어달라고 사정 사정해서 재촬영하는 게 아닌 이상, 보통의 영화들에서 재촬영이란 드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애초 버전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예정된 일정을 초과해서라도 어떻게든 살려보겠단 일종의 발악인 것이니.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서도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막상 본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다! 엄청난 걸작이 나온 건 아니지만, 토론토 영화제 당시의 혹평 일색을 떠올려보면 재촬영으로 정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게 아닌가 싶을 지경. 가끔식 누더기 마냥 이리저리 기워낸 흔적들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전체적인 만듦새라면 충분히 재촬영할 가치가 있었다고 여겨진다.

데이비드 핀쳐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마크 주커버그를 다뤘던 것처럼, 이 영화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위인 토마스 에디슨을 조금 더 깊게 해부 하려 한다. 공상가 기질을 가진 천재였던 동시에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던, 그러면서도 일에 미쳐 살아 가족에게서 살짝 멀어지기도 했던,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약은 수를 거절하지 않았던 복합적인 인간으로서의 토마스 에디슨이 영화에 담겨있다. 다만 아쉬운 건, 에디슨의 너무 많은 면모들을 동시에 다루려고 했다보니 <소셜 네트워크>처럼 어느 하나 강한 인상 한 방이 없다는 것. 때문에 보는내내 좀 관객으로서 갈피를 못 잡겠는 부분들이 있다. 이건 에디슨의 일대기를 그냥 다루는 영화인 건지, 아니면 그와 웨스팅하우스의 전류 전쟁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에디슨이라는 인물을 해부하고 싶었던 건지... 제일 좋았을 결과물은 그 모든 요소들이 적절히 버무려져 하나의 제대로된 이야기로써 기능하는 것이었겠지만, 지금 버전의 영화는 약간 중구난방의 인상. 어쩌면 이것도 재촬영의 영향인 걸까?

에디슨을 지배했던 건 집착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집착. 물론 그 집착은 어느 정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비단 발명가만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말. 하지만 에디슨은 수많은 발명품들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당장 길바닥에 나앉을 정도로 돈이 모자란 것도 아니었다. 그럼 뭘까. 그저 1등만을 바라봤던 욕심? 맞지. 근데 그 욕심은 사실 자신이 보내온 지난 날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걸 수도 있고. 발명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지만, 하여튼 이거 안 되면 지난 몇 년 간의 내 시간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거잖아.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그려지는 에디슨이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가는 건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웨스팅하우스였다. 마치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보다 왈도에게 좀 더 마음이 갔던 것처럼.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좋지만 마이클 셰넌이 워낙 잘하기도 했고. 홍보물을 통해 니콜라스 홀트와 톰 홀랜드가 나온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캐서린 워터스톤이 나오는 것까지는 몰랐다. 어째 보는내내 많이 본 인상이다 했었는데 워터스톤 맞았네.

또다른 발명가의 이야기를 다루었던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을 보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발명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물론 에디슨도 처음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하다보니 그 관심은 집착이 되고, 또 그 집착은 욕심이 된다. 그리고 그 욕심은 화로 돌아오지. 에디슨 이 양반 대단한 양반인 건 맞는데 욕심 좀 적당히 부리며 살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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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9/08/25 18:03 # 답글

    그래도 형무소장.... 이라는 별명 보다는 좀 미화해 준 모양이군요. ^^
  • 로그온티어 2019/08/25 19:01 # 답글

    이거 나온 다는 소문(만) 듣고 기대를 많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때 평 안 좋다는 말을 미리 들어서 속으로 심히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보면 역사에 존재했던 히어로들(?) 간의 전쟁(?)을 그린 중대한 작품이라 볼 수 있는데 너무 퉁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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