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7 22:53

그래비티, 2013 대여점 (구작)


설명이 필요할까.


내가 영화들 가장 시네마틱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적은 없지만 분명 두껍지 않았을 거다. 이야기가 굉장히 콤팩트한데다 직접 등장하는 인물들도 , 명은 초중반부에 퇴장해버리기까지 하니 애초 시나리오가 두꺼울래도 두꺼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허나, 바로 그러한 점이 영화의 시네마틱한 면모를 재증명해준다. 그야말로 '영화적'이거든, 영화가. 이야기는 단순한데 그걸 풀어내는 시각적 문법이 일종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근데 영화는 존나 감성적이야, 씨바.


CG 롱테이크 등의 화려한 테크닉, 여기에 더해지는 명배우들의 호연. 모두가 좋았지만, 결국 영화가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삶에 대한 숭고한, 너무 숭고해서 불타기까지하는 의지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나 불치병처럼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인해 딸을 잃은 것도 아닌, 그냥 미끄럼틀에서 넘어졌다는 황당하고 황망한 이유 하나 때문에 딸을 잃은 라이언 스톤. 따를 잊고자, 또는 끊임없이 되새기고자 영혼 없이 드라이브만을 했던 나날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와 이유를 잃고 방황하던 라이언은 우주가 좋은 이유로 '조용함' 꼽았었다. 이미 동력을 잃은 자신의 삶에 다른 불순물들이 들어오는 좋아하지 않았을테니까. 허나 우주의 '조용함' 이내 공포가 되고, 라이언을 잠식해버리기까지 한다. 조용해서 우주를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제발 들리는 아무나 대답 해달라고 간청하는 꼴이라니. 심지어 라이언은 간신히 연결된 아닌강과의 무전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아닌강의 자장가와 개들의 울음소리에 안식을 얻는다. 존나 짜여진 스토리고 존나 스며드는 감정선이다.


때문에 라이언이 자체가 이유라는 것을 깨닫고 지구로 귀환하며 산화하는 것조차 감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눈물 감동 환장의 쌍쌍 대파티. 가끔 우울해지거나 삶의 목적성을 잃었다고 여겨질 때마다 다시금 꺼내보는 장면이다. 솔직히 말해 정도 영화 만들었으면 알폰소 쿠아론 은퇴한대도 말릴 없음. 


제목이 '중력'이지만, 정작 중력은 영화 내내 없다 끝무렵에 잠깐 나온다. 끌어당기는 . 끝끝내 서로를 놓치 않으려 했던 그들의 . 무언가를 잡으려 발버둥쳤던 허공 그들의 모습.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리 굳게 단단한 위에 있고, 서로를 든든하게 붙잡아줄 누군가와 손을 마주잡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를 두고 '어떤 영화는 관람이 아니라 체험된다'라고 썼다지. 거기에 술을 뜨고 싶다. <그래비티> 체험을 넘어 체화되는 영화다. 길게 봤자 ... 하여튼 나의 올타임 베스트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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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8/28 04:10 # 답글

    제가 철학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그런 건 잘 모릅니다. 허나 저는 오락성에 치중해서 보았습니다. 느릿해보이는데 쫄깃한 게 정말 좋아서요. 전 그 원초적인 아찔함에 매료되었습니다. (Admire it purity) 그래서 다음해에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이란 게임을 사서 했지요.

    그래비티 보고난 지라, 살려고 노력하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했던 게 기억나네요. 에일리언에게 머리가 3번 쪼개지고 꼬리에 2번 가슴이 관통당하고 나서야 현실을 좀 알겠더라고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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