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08:07

캡티브 스테이트 극장전 (신작)


기내 영화 특집 3.


이것도 국내 미공개작. 나중에라도 공개될지 아닐지는 나도 모르겠다. 일단 영화를 고른 이유는 가지인데, 첫째는 소재의 참신함. 그리고 둘째는 감독이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루퍼트 와이어트였다는 . .


영화의 현재 시점으로부터 대략 9 , 인류는 외계인의 침공을 받는다. 근데 여타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들과는 다르게...... 우리가 졌음. 미군도 해산됨. 존나 충공깽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영화인 것이다. 한마디로 외계인들로부터 식민지배를 받게된 지구가 배경인 영화라 있겠다. 디스토피아 사회의 지하에서 암약하는 외계주의 레지스탕스가 있고, 레지스탕스를 잡기 위해 외계인들은 체제에 순응하는 인간 부역자들을 이용한다는 이야기.


정말로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외계존재로부터 식민지배 받는 지구 설정이 참신한 거다. 거기까지만. 왜냐면 이후 이야기들은 사실 어디서 것들이거든, 슬프게도. 특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더더욱. 막말로 이거 그냥 일제 시대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에 SF 외계인 스킨 씌운 거나 다름 없는 거거든. 미국 본토 관객들 입장에서야 참신하게 느껴질 있다. 물론 그네들도 영국으로부터 식민 지배 아닌 식민 지배를 받았던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에 비해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진 아니었잖아. 외계인이 나와서 그렇지 이거 그냥 <암살>이나 <밀정> 같은 이야기인 아니냐고.


문제는 이게 외계인 스킨 씌운 감안하고 봐도 더럽게 재미가 없다는 . 정치적 메시지를 함유한 이런 규모의 저예산 SF 영화들이 하는 실수를 그대로 하는 영화다. 외계인들의 강력함을 설파하는 영화임에도 외계인들의 모습이나 그로인한 스펙터클이 거의 전무. 그나마 있는 것들도 죄다 어둡고 칙칙한 화면에서 전개되느라 관객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 때려맞추기 바쁘다. 아니, 막말로 루퍼트 와이어트 정도면 예산 받아 집행할 여럭이 있는 감독 아님? 근데 이런 저예산 영화로 돌아온 거냐.


설사 저예산 영화라 해도 그게 변명이 되진 않는다. 비슷한 컨셉의 영화로 우린 이미 <디스트릭트 9> 보지 않았는가. 영화 역시 처절하게 저예산이었지만, 그럼에도 컨셉과 메시지가 확실했고 덩달아 즐거운 스펙터클도 있었다. 허나 영화엔 그게 없다. '부역자 vs 투사'라는 컨셉만 가지고 있을 등장하는 인물도 많은데 교통정리 역시 되어 있어 보는 입장에선 내내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알쏭달쏭이다.


아니, 근데 떠나서 제일 심각한 문제는 화면이 진짜 어둡다는 거임.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건지 진짜 모르겠다는 거임. 게다가 나름 회심의 반전이라고 준비한 결말도 영화 초반부터 뻔하게 느껴진다는 역시 문제. 근데 뻔한 결말까지 가는 데에도 별다른 스펙터클을 준비해놓지 않아 보는내내 지루하다는 다음으로 문제.


막말로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로그라인은 기가 막히게 잡아놓고, 정작 그걸 재밌게 써먹을 생각 1 느낌. 그냥 존나 있어보이려고, 존나 <칠드런 오브 맨> 느낌 낼려다가 미적지근하게 말아먹은 느낌. 루퍼트 와이어트는 <혹성탈출> 연출 그렇게 해놨으면서 만들어놨지? 부역자들에 대해 역겨운 관점을 선사하는 영화치고는 영화의 존재 자체가 적폐다, 적폐.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9/17 09:32 # 답글

    무력진압 당한 사람들이 역공한다는 설정이 좋은 점은 관객 속에 잠든 분노를 드러내어 영화 속 상황에 동참시키기 쉽다는 거겠죠. 주인공이 어떤 폭력적 행위를 해도 정당화될 수 있어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비하당했을 때 분노를 느끼니까요. 것 뿐 아니라 조직문화에서 비하 당하거나 억눌려본 경험 다들 있을 거에요. 그렇기에 국가 빼앗기고 자유 빼앗기고 그걸 정당화하는 상위 세력이 있다는 식민지 설정에 공감과 분노를 일으키기 쉬울 거에요.

    간디나 마틴루터킹... 그런 분들의 운동 이야기는 잠시 뒷전으로 해도 됩니다. 이건 영화니까요. 화면 안에서 누구를 죽이던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으니까요. 억압당해본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천추의 한을 풀도록, 제대로 풀도록 납두는 겁니다. 모두 죽이는 건 좀 도가 넘으니 졸개들은 관객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다 죽여도 되지만, 수장은 죽이면 안 됩니다. 인간의 의지와 관용을 보여주기 위해서죠. 완벽한 승리입니다. 식민지물은 이렇게 만들어야죠.

    이것만 잘해도 식민지물은 통해요. 틀릴 일이 없는 설정이에요. 재미없을 리가 없다고요. 초등학생에게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짜라고 하면 어른들의 70퍼센트는 껄껄거리며 볼 재밌는 게 튀어나올 거에요. 중학생은 좀 다릅니다. 뭔가 자기 생각 안에 갇혀서 남들은 알아보지도 못할 어둠의 다크한 걸 내놓을 거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이 만드는 영화 중에 그런 작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그말은 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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