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8 11:08

운명의 하루 극장전 (신작)


기내 영화 특집 4.

원제는 'The sun is also a star', 대충 해석하면 '태양도 별이야' 정도가 같네. 찾아보니 원작으로 동명의 소설이 이미 있다고. 하여튼 기내 영화 서비스에서도 원제를 음차 표기한 ' 이스 올소 스타' 릴리즈 되어 있는데, 어째 검색해보니 왓챠나 다른 국내 사이트들에선 <운명의 하루>라는 다소 올드한 제목으로 등록되어 있다. 촌스럽긴 해도 일단 국내용 제목이 등록되어 있다는 극장 개봉이든 2 판권 시장 직행이든 어떤 식으로든 간에 국내 공개한다는 소리 같기도 하고?


국내용 제목답게 진짜 '운명' 전부인 영화다. 운명론을 믿는 넘어 그거 자체로 움직이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운명보다 인연의 힘을 믿지만, <유열의 음악 앨범> 이야기할 언급했듯 이런 종류의 멜로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에서 운명이 갖는 힘은 장르적으로 어쩔 없이 크기에 그냥 감안하고 보는 편이다. 근데 그걸 감안하고 봐도 운명이 너무 영화이기는 .


영주권이 인정되지 않아 당장 내일 미국 땅을 떠야하는 자메이카 이민자 가족의 딸과, 의사가 되기 위한 단계로 중요한 대학 면접을 앞두고 있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아들이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하루동안의 이야기다. 만남 자체도 엄청나게 운명적인데, 남자애가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에 적은 문구가 여자애가 입은 점퍼의 뒤에 새겨져 있다는 걸로 엮임. 이런 둘의 만남이 살짝 어거지 같다는 느낌이 신경 쓰인다면 지는 거임.


내레이션이 많이 쓰이고 대중문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은 계열 장르로는 <500일의 썸머>, 전혀 다른 계열 장르로는 <킥애스> 떠오른다. 점에 있어서는 좋다. 살짝 취향 문제이긴 한데, 이런 식으로 키치한 접근이 항상 맘에 들거든. 다만 내레이션이 살짝 교조적이고 관객을 가르치려드는 투인 것이 살짝 불만이었고 어디서 많이 듯한 느낌이다 싶었는데... 감독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가장 최근작으로 뜨는  <7번째 내가 죽던 날>...... 어쩐지, 그거 때도 관객 가르치려드는 볼썽 사납다 싶었는데 여기서 이걸 하고 앉아있네. 이것도 그냥 감독 취향 문제인가보다.


한국 관객 한정으로는 남자 주인공이 한국계 이민자라는 설정에서 먹고 들어가는 있겠지. 암만 봐도 주인공 외모가 한국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가족 전체가 간간히 한국말을 쓰다보니 영화 중간 중간 서울 모습도 나오고 심지어 박정희 모습도 나온다. 거짓말 말고 진짜로. 존나 뜬금없긴 하지만 어쨌거나 박정희 얼굴 나오는 미국 영화라니 존나 아스트랄하고 레어하네. 503 공주님이 보시면 좋아하시겠다.


근데 그런 잔재미 빼면 그냥 존나 감상적인 영어덜트 영화다. <트와일라잇>이나 <메이즈 러너>, <헝거 게임> 같은 것들 있잖아. 10 청소년들을 주인공 삼아 기성 세대가 세운 규율과 속박들을 일종의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탈주하는 이들의 모습을 감상적으로 묘사하는 장르. 그게 그냥 영화다. 틈틈히 눈에 띄는 영상미들이 있지만 결국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 ? 진짜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든. 보는내내 약간 싸이월드 시절 감수성 같아 닭살 돋기도 하고 그렇더라. 특히 중간 한국식 노래방에서 다가오지 않을 둘의 미래를 엿보는 몽타주 시퀀스는 <라라랜드> 그것을 괴상하게 변형시킨 장면 같아 노골적이고 느끼했음.


이쯤되면 결국엔 연출보다 이야기의 고리타분함이 문제인 거다. 배우들의 매력은 비교적 살아있다. 둘이 열심히 연기하고 있기도 하고. 어쨌거나 멜로 드라마에서 배우가 잘했으면 중간은 거지. 연출도 아주 못했다고 하기는 그렇고, 본질적으로는 이야기가 존나 90년대 감성이라는 문제.


요즘 운명론에 입각한 멜로 드라마들을 많이 접하게 되네. 그럴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고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결국 운명보다 인연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 별로 와닿지 않는 것일지도.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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