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0 11:55

더 록, 1996 대여점 (구작)


샌프란시스코 기념 재감상.


남녀를 가르고 분란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니 부디 화내지 마시길. 그리고 여성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있으니 너무 괘념치도 마시길.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 > 남자의 영화다. 남자치고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여자여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이긴 하다. 


나는 영화가 액션 장르의 신약이라고 생각한다. 구약은 <다이하드>. 하긴, 영화의 역사와 장르의 역사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시대 지금 순간에서는 < > 역시도 과거의 영광일 뿐일테지. 어쨌거나 요즘 먹어주는 수퍼히어로 영화들처럼 CG 잔뜩 덧바른 액션 영화들이니까. 그나마 크루즈가 용케 버티고 있는 형국이긴 하다만. 하여튼 신약이라기엔 < >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그럼에도 온고지신이라고 할만한 영화다. 이전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품고 있던 일종의 마초적 낭만성을 그대로 유지한채 액션과 촬영 테크닉에서만큼은 철저히 당시의 트랜드를 따랐던. 감독이 '당시의' 마이클 베이였던 것은 어쩌면 천운이었고, 그런 마이클 베이 옆에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자로서 함께 했었다는 어쩌면 천운보다 더한 기적이었을 것이다.


막말로 요즘엔 먹고 있기 바쁘지만 마이클 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연출자인 것만은 아니다. 데뷔작 <나쁜 녀석들> 좋았고, 이후 찍은 영화로는 거의 커리어 하이를 찍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해서 이후 만든 <진주만>이나 <아마겟돈> 같은 영화들이 좋았다는 아니지마는 결국 다섯 편이나 찍어낸 로봇 병정 영화들보단 그래도 훨씬 영화 다웠었잖아. 문제는 좋은 영화들을 찍을 당시엔 항상 그의 곁에 훌륭한 제작자들이 있었다는 . 당장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봐도 견적 나오잖나. 권력을 집어삼킨 마이클 베이가 태업을 했을 어떤 결과물이 나올 있는지 이미 그걸로 증명되지 않았나. 때문에 당시 마이클 베이가 비교적 힘이 약한 신인이었다는 점과 옆에 걸출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있었다는 점은 < >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대개의 버디 무비들이 서로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을 강제로 붙여놓음으로써 재미를 추구한다. 영화도 그러하다. 어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임. 현장 경험이 전무하고 실내 근무에만 익숙한 수다쟁이 젊은이와 산전수전 겪은 전설의 베테랑 노인을 붙여놓는다는 이전이나 이후 영화들에서도 많이 했던 것들이지. 하지만 아무리 뻔한 것이라도 앗쌀하게 해버리면 말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영화라서 어쩔 없게 느껴지는 영화다.


사실 생각해보면 현대 기준으로 런닝타임이 그리 편도 아니고, 화려하고 거대한 액션 시퀀스들이 마구 남발되는 영화도 아니다. 요즈음의 <어벤져스>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구닥다리처럼 느껴지고 시시할 법도 하지. 허나 그럼에도 영화가 멋진 , 중심엔 언제나 감정이 들어차 있다는 데에 있다. 거의 인간 관계에서 느낄 있는 모든 감정들이 전시되는 영화다. 스탠리가 자신의 연인에게 느끼는 이성으로서의 사랑과 책임감, 메이슨이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딸에게 느끼는 부모로서의 사랑과 죄스러움, 알카트래즈 잠입 임무 직전 스탠리가 느끼는 두려움과 메이슨이 코맥에게 느끼는 분노. 여기에 스탠리와 메이슨 사이 피어오르는 고마움과 의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드 해리스의 허멜 장군이겠지. 사실 뜬구름 잡는 것처럼 보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목표를 가진 악당이라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텐데, 뜨는 괴리감을 잡아준 영화의 오프닝이 대단하다. 대단한 규모의 머니 샷으로 부하들 죽은 시각적으로 직접 묘사하기 보다는 그저 사운드로만 묘사해 처절하게 느껴지는 바로 연출. 그리고 악당의 주요 동기를 바로 이해할 있게 만들어주는 아내 묘비 장면. 막말로 아내의 죽음이 허멜 장군의 트리거였다고 봐야겠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아내가 죽은 것인지는 없으나, 최소한 옆에서 자신을 말릴 사람 &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사람이 죽은 것이니 허멜 장군의 이후 행보가 적어도 이해 가능해진다.


LA 이전에도 가봤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봤는데, 악명 높은 바로 언덕길들이 죄다 진짜더라. ,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모습들 보면서 그게 구라일 거라고 생각한 것까진 아니었지만 정도로 오르막이 심한 동네인 줄은 몰랐지. 근데 그거 오르내리다 보니 진짜 힘들었음. 그리고 영화의 메인 카체이스가 그걸 진짜 신나게 보여준다. 카체이스가 재밌는 점이,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방에 존나 보여준다는 거다. 호텔에서 탈출하는 용의주도함과 영민함에 이어 자동차 운전으로 지지 않는 실력, 여기에 자동차를 거칠게 몰고 도착한 곳이 결국 자신의 앞이었다는 데에서 오는 남자의 순정까지. 하나의 액션 시퀀스로도 존나 멋지고 재밌는 장면이지만 말그대로 캐릭터를 제대로 각인시켜줬다는 점에서 말할 필요가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부먹이었으면 끝까지 부먹일 남자가 바로 메이슨이다- 말이야.


코너리는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로 멋지고, 지금에 비해 훨씬 제정신처럼 보이는 니콜라스 케이지도 돋보인다. 그리고 거기서 존나 중심을 떡하니 잡아주는 에드 해리스의 호연까지. 아니, 진짜 막말로 영화 재미 없게 보기 존나 힘들다니까. 메이슨 형님, 저도 JFK 실제로 암살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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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그온티어 2019/09/20 15:37 # 답글

    '지금에 비해 훨씬 정상으로 보이는 니콜라스 케이지'에서 약간 울었습니다 (...)
  • CINEKOON 2019/09/29 16:24 #

    사실이라는 게 더 슬픈 포인트
  • 존다리안 2019/09/21 20:31 # 답글

    음악이 최고급이었지요.
  • CINEKOON 2019/09/29 16:24 #

    영화 안 본 사람들도 들으면 아는 바로 그 음악!
  • 존다리안 2019/09/29 18:44 #

    꼭 하드펀처 복서가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 링에 오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 잠본이 2019/09/22 23:50 # 답글

    악역 쪽은 정말 에드 해리스가 열일했다는 느낌. 부하+용병들은 별로 인상에 안 남더군요.
  • CINEKOON 2019/09/29 16:24 #

    덕분에 또는 때문에, 에드 해리스가 죽은 이후로 영화의 카리스마가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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