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15:32

나쁜 녀석들 - 더 무비 극장전 (신작)


동명의 드라마를 안 봤었는데, 그래도 영화만의 독자적 전개일테니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극장 갔는데 독자적 전개는 개뿔, 진짜 말그대로 드라마의 후속편 뻘인 극장판이었잖아?

대한민국에 빨대 꼽고 인신매매와 마약 사업 등 각종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야쿠자 조직과 그 아래 하수인들을 조지고 부시기 위해 그에 비하면 비교적 가벼운 죄를 지은 범법자들을 리크루트해 실제로 다 조지고 부시는 이야기. 원작이나 전신이라 할 수 있을 동명의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아예 또 모르는 건 아니고, 유명한 장면은 몇 개 봤음. 검색해보니 이거 2014년 드라마였네. 불행히도 난 그 때 군대에 있었걸랑.

허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해도 내용 전개 상에 있어서 크게 이해가 어려운 측면은 없다. 애초 드라마를 보지 않은 상태로 극장을 찾았을 관객들이 대부분일테니 그에 대한 고려를 아예 또 안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워낙 이야기가 단순하고 뻔해 가타부타 더 설명 붙여봤자 미사여구지, 뭐.

더 큰 악을 잡기 위해 차악이 나선다는 전개는 나홍진의 <추격자>와 비슷하고, 그 차악의 존재들을 모아 일종의 특공대를 만든다는 점은 데이비드 에이어의 DC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근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이 영화의 공통적인 문제는 바로 그거다. 나쁜 놈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홍보한 것 치고는 그 놈들이 별로 나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 애초 피카레스크 장르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만한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다들.

나쁜 놈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더 나쁜 놈들을 잡는 전개이니, 물론 주인공이 된 그 나쁜 놈들에 대해서 최소한의 감정이입은 할 수 있게끔 인간적인 터치를 하는 것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함. 허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그랬지만 이 영화는 도가 좀 지나치다. 이 범법자들을 리크루트한 일종의 대장격 인물인 오구탁이야 뭐 앞뒤 안 보고 총부터 쏘는 인간 정도의 미친놈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얜 경찰이잖아. 최소한 범법자는 아니라고. 근데 그 외 세 명의 멤버들은 각자 저지른 불법적인 일들을 제외하고 보면 딱히 나쁜 놈들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사실 마동석은 이 영화 시점에서 이미 선한 수퍼히어로. 전직 용역 깡패쯤으로 묘사되는 것치고는 너무 순박하고 착하다. 게다가 교도소장의 설명적인 대사를 통해 의리를 중시 여기는, 이른바 '남자 중의 남자'라는 것도 어필. 이어 또 하나의 미친 전직 경찰로 묘사되는 고유성은 시발... 그냥 앞뒤 안 가리고 주먹부터 날린다는 것만 빼면 얘도 정의감 투철한 놈이지 나쁜 놈은 아니잖아. 김아중이 연기한 곽노순인지 제시카인지 뭔지는 이 영화의 할리 퀸 정도가 되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주 위험한 사기꾼이라는 설정에도 별로 뒷통수도 안 치고. 이럴 거면 이거 그냥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는 '저스티스 리그'에 더 가깝지 않아?

아무래도 말초적인 컨셉의 영화이다보니 기본적인 재미는 있다. 뚝심있게 뚫고 나간다는 점은 대중영화로써 기본기가 된 거고, 영화 후반부 준비된 액션 팩은 관객들이 무엇을 기대 했는지 아는 것 같아 그래도 기본은 하는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럼에도 제작진이 스스로가 쥔 패의 이점을 모르고 너무 평범하게 영화를 찍은 것 같아 아쉬움. 하여튼 또또또 별로 나쁘지도 않은 애들 데려다가 나쁜 애들이라고 우긴다, 또.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9/29 20:03 # 답글

    호드랑 스플린터란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데 역시 못 보시겠죠;

    그래서 말합니다만... 호드랑 스플린터에서는 선인과 악인이 나옵니다.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고, 악인은 악랄하게 나오죠. 그런데 악인이 승리해서 인질로 잡은 선인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낯선 광경을 보게 됩니다. 호드에서는 좀비, 스플린터에서는 닿기만해도 감염되는 '무언가'에요.

    낯선 위협에서 위험을 느끼자, 선인과 악인은 위태로운 협업을 하게 됩니다. 서로 죽이니 마니 하던 사이지만, 일단 저것들에겐 당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위태로운 협업을 하게 되는 거죠. 여기서 악인의 발전이 특이한데요. 선인이 가이드대로 행동하기에 구하느냐 마느냐에서 갈등을 한다면, 악인은 생존을 위해 선인보다는 빠른 결단을 (꼬리자르기 등등) 내립니다. 그 과정에서 또 대립하게 되죠. 허나 악인의 행위는 역으로 다수를 구하는 길이 되며, (그 다수를 구하는 이유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답답한 전개도 잘라버리게 됩니다. 거친 풍경을 많이 봤기에 뭔 잔인한 상황이 터져도 눈하나 꿈쩍 않고요. 이상하게도, 악인은 태도를 바꾸지 않았지만 공포영화 속 사이다같은 존재가 되버립니다. 악인은 악인으로 행동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결국 악인도 선인과 투닥거리다 마음(?)을 나눠버리고, 악인은 그래도 일말의 인간성을 지닌 악인이 됩니다. 마치 [피에타]의 강도처럼요. 허나 악인의 결말은 좋지 않습니다. 그랬던 걸로 기억해요. 권선징악의 틀이 뒤늦게 오는 거죠.

    재밌는 건 늘 그거더라고요. 초반에 선인을 괴롭히다 괴물에게 씹혀서 뒈졌다면 악인을 처형한 듯한 권선징악의 쾌감이 나타납니다. 허나 악인과 투닥거리고 악인의 사정도 다 알고 으쌰으쌰(?) 해보려는데 권선징악의 운명이 터져서 끔찍하게 죽는다면? 그때부터는 진짜 안타까운 거죠. 만일 악인이 "이제 나도 새 삶을 살아보려고" 라면서 진심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죽었다면 ... 근데 그냥 죽으면 안 됩니다. 악인이 스스로 희생하기를 결단내리는 게 중요하죠. 되게 뻔하지만, 그때 Badass함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저는 악인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심경의 변화를 느껴 중립이나 선인이 되는 전개를 좋아합니다. 선인이 끔찍한 상황에서도 생존하도록 인성을 거칠게 트레이닝 하는 건 시간이 걸리고 답답하지만, 인생 볼장 다 본 악인이라면 보다 쉬우면서 전복의 재미도 있거든요.

    그런 재미와 간지를 모르는 쟤들이 불쌍하다고!

    그나저나 악인전은 잊어먹었

  • CINEKOON 2019/10/06 16:37 #

    많이 잔인한가요? 사실 최근 <유전>과 <미드소마>도 결국 본 입장이라... 이젠 공포 영화여도 그냥 별 반감이 안 생기네요
  • 로그온티어 2019/10/06 19:03 #

    마취 안 하고 커터칼로 팔을 자릅니다.
    일단 살과 근육 현관을 쓱쓱 자르고 뼈는 커터칼로 자르지 못하니까 뭘로 부러뜨리던데 그게 기억 안 나네요. 글로 읽으니까 상상력이 더해져서 잔인하지 정작 보면 ... 뭐 괜찮을 거에요.

    그게 스플린터의 한 장면인데, 저는 그걸 보면서 잔인함은 비주얼이 다가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얼마나 현장감이 있고 관객이 불안해 하는 요소들을 탁탁 짚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느꼈죠. 이를테면 [호스텔]의 다리미 말입니다. 다리미로 얼굴을 지졌는데 하필 녹은 눈알이 튀어나오는 거에요. 별 수 없어서 눈과 붙은 힘줄을 가위로 자르는데, 실제로 일어날 법하면서 예상치 못한 끔찍한 참사라 엄청 기억에 남는 부분이죠. 2007년인가, 스크림 어워드 1회에서 고어쪽으로 상받은 걸로 기억합니다. 호스텔이 쏘우를 제쳤죠.

    호드는 좀 덜할 겁니다. 그냥 스플래터 영화의 한방 생각하면 될 거에요. 대상자가 고통을 느낄 일 없이 머리가 팍 터져서 죽고 뭐 그런 거 말이죠. 그런 건 아무리 엄청 잔인하게 묘사해도, 상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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