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9 16:23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극장전 (신작)


사실 기대보다 걱정, 설레임보다 불안이 앞선 기획이긴 했다. 강제규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온지도 어언 16년이 다 되어가건만, 아직까지도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그 영화를 따라잡은 한국 전쟁 영화는 없었으니까. 여기에 제작이 태원 엔터테인먼트고, 연출이 곽경택. 심지어 곽경택 혼자 연출한 것도 아니고 드라마의 극장판이었던 <아이리스>의 연출자였던 김태훈과의 공동 연출 크레딧.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주연 배우가 김명민이야. 그럼 누가 봐도 망하기 좋은 국뽕 반공 영화 컨셉 아니냐고.

그런데! 영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일단 좋았던 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전투에 돌입한다는 것. 학도병들을 다룬 영화라 해서 영화의 첫 절반을 그들이 어떻게 징집 또는 모집 되었는가에 쓰고 뒤의 절반으로 전투 묘사를 할 줄 알았었다. 근데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이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그냥 생략해 버린다. 영화 시작하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바로 상륙 작전이 벌어짐. 나는 바로 초반 전사를 생략한 바로 이 점 덕분에, 영화의 신파 기운이 그나마 좀 덜어졌다고 생각한다. 뭐, 영화에 신파가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솔직히 이 정도 규모의 전쟁 영화에 신파가 0%에 수렴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잖아.

영화는 큰 전쟁 하나를 다루지 않고, 국소적 형태의 전투를 여러번 보여준다. 이 전개가 생각보다 응집력 있고 오밀조밀해 보는 맛이 산다. 그리고 가장 우려했던 것, 반공 영화적 성질이 좀 옅다. 그렇다고 북한군을 또 하나의 인간적 대상으로 보지도 않는다. 뿔 달린 괴물들처럼 묘사하지도 않는 대신, 그들에게 인간적 터치를 가하는 것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어뵌다. 때문에 이 영화 속 북한군은 그저 섬멸 되어야 하는 적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냥 '위기'를 넣기 위해 극중에 설정된 존재들처럼 보임. 때문에 영화가 좀 더 쿨해졌다고 생각한다. 전쟁 영화, 그것도 실화를 소재로한 전쟁 영화에서 쿨함을 논하는 게 좀 웃기고 철딱서니 없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적으로 그렇다고. 이 영화마저 <포화 속으로>나 <인천 상륙 작전> 같은 반공 기질의 영화였다면 난 내 표값이 많이 아까웠을 것이다.

장점 좀 나열했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되는 건 물론 아니다. 영화에 단점도 많다. 전투 묘사가 다소 투박하고, 뒤로 전개될수록 신파 기운이 짙어지며 이야기는 뻔해진다는 것. 이건 분명 단점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또 아주 빠지는 영화는 아니다. 걸작은 커녕 수작 반열에도 들기 어려운 영화겠지만, 그럼에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사에 어느 정도의 이정표는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정표 내용인즉, '국뽕이나 반공 기운은 빼면 뺄수록 유효타 먹이기 좋다'라는 것. 

뱀발 - 메간 폭스 캐스팅 한 마디 요약 : 아이고 의미없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19/09/29 21:29 # 답글

    .........근데 리뷰에 왜 하필 장사리 전투였나, 그 이야기가 지금 전달해주는 주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군요;; '잊혀진 영웅들'이 주는 주제나 감흥이나 극적인 클라이막스란? 이라는 질문과 답도 없는데, 저는 그걸 신파보다 더 큰 문제로 봅니다. 이대로라면, 그냥 전쟁씬 잔뜩 있는 영화라는 말 밖에는 안되니까요;
  • CINEKOON 2019/10/06 16:38 #

    제 글에 그런 이야기는 없어요. 왜냐면 영화에도 그런 이야기가 없고, 심지어 제작진도 그 점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깊이 고찰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이 영화를 만든 유일한 이유는...... 그냥 돈 벌려고...?
  • CINEKOON 2019/10/06 16:39 #

    물론 현재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보니 그 유일한 이유도 끝내 달성하지 못할 것 같기는 합니다
  • 로그온티어 2019/10/06 19:05 #

    노파심에 쓰지만 제 말은, 시네쿤님의 리뷰에 그게 빠졌다고 말한 게 아닙니다. 그게 없다면 영화에도 없는 것이거나 잘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을 거란 말이니까... 그게 없는 영화를 돌려깐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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