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람 버전은 시그니처 버전. 근데 꽤 오랜만에 다시 본 영화라서 기존 버전에 비해 2분 정도의 삭제 장면이 포함된 시그니처 버전이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어느 장면이 늘어난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어른들의 세계 한 가운데에 아이들을 풀어놓는 영화라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도 그랬었지. 다만 배경 자체가 80년대였던 <기묘한 이야기>에 비해 그것보다 좀 더 앞쪽이다.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50년대 후반의 이야기. 시간대가 시간대이다보니 주인공을 위협하는 위기들의 실체가 좀 더 구체적인 양상을 띈다. 미국과 소련의 양강체제였던 로켓 발사 대잔치와 우주에서 온 위협을 엮어 극중 악당은 공산당에 위협을 느끼는 찐따로 설정되어 있음.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거 없는 이야기다. ET와 엘리엇, 일레븐과 마이크가 쌓았던 교감의 시간들에 비해 이 영화 속 호가드와 아이언 자이언트의 우정은 너무나도 짧다. 뭐, 관계라는 게 꼭 지속 시간과 그 깊이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여튼 관객 입장에서는 좀 함량 미달이란 생각이 드는 거지. 근데 이런 종류의 뻔한 이야기들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장점 아닌 장점인데, 이야기가 너무 뻔하고 비슷한 작품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별로 설명 안 해도 다 이해된다는 게 웃긴다는 거다. 런닝타임 쪼개가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ET와 엘리엇의 우정을 본 우리로서는 그냥 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게 된다는 것.
근데 옛날에 이 영화 처음 봤을 땐 눈물 줄줄이었거든? 허나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좀 이성적으로 보게 된다고 해야하나. 물론 다시 봐도 감동적인 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저 정도의 거구 로봇이 느어어 거리면서 쇠 씹어먹고 달려오면 누구나 다 기겁하고 총부터 쏴제끼지. 암만 쪼그만 것이 앞에서 '위험하지 않아요!'라고 만세 삼창 지껄여도 말이다.
그럼에도 수퍼맨 결말은 뻔하되 아름답고, 간결 하면서도 느긋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언제나 기분 좋다. 이 정도 퀄리티로 영화 만들었으면 비록 말아먹었더라도 기회 한 두번은 더 주는 게 맞지. 그리고 이후의 브래드 버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덧글
로그온티어 2019/10/18 17:04 # 답글
CINEKOON 2019/10/26 13:38 #
포스21 2019/10/18 17:48 # 답글
CINEKOON 2019/10/26 13: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