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4 16:49

시크릿 세탁소 극장전 (신작)


넷플릭스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굳힌 듯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허나 바로 직전 작품인 <높이 나는 새> 같은 영화와는 좀 결이 다르다. 아마 지향점으로 잡은 영화는 <빅 쇼트>일 것.

존나 설명하기도 힘든 돈세탁 금융 범죄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답게 시종일관 관객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영화다. 아예 게리 올드만이랑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쌍으로 나와 카메라를 통해 관객을 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설명을 한다. 오히려 <빅 쇼트>보다 더 나간 측면도 있는 영화인데, 그 호오나 결과물의 완성도를 떠나서 스티븐 소더버그가 얼마나 재치있고 도전적인 이야기꾼인지를 증명하는 영화라고나 할까.

악랄하게 얽힌 시스템에 의해 당하고 또 당한, 가장 최약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영화. 그러다가 종국에는 그 최약자의 입을 빌어 현실 세계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때리는 영화. 그런 영화라는 점에서 그 최약자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설정이 빛나는 영화다. 그녀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초반 한 두 씬을 통해 굉장히 콤팩트하게 전달되는데, 물리적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그 캐릭터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건 메릴 스트립의 끌어당기는 연기 덕분일 것. 제임스 크롬웰 품에서 애교 부리던 모습. 그리고 그 남자를 처음 만났던 골목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목도하려던 그 모습. 바로 그 모습들에서 메릴 스트립의 진가가 더욱 더 드러난다.

반면 게리 올드만이랑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신나게 연기하는 편. 애초에 메릴 스트립의 캐릭터처럼 감정적인 전사가 전무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활개치고 다닌 듯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그 둘에겐 또 잘 어울리고. 

악랄하고 부패한 사회 시스템의 덩굴을 풀고자 노력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고 주인공의 그 행동들이 위대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허나 꼭 누군가 나서야만 이 시스템이 정화될 수 있다는 건... 심지어 그것도 현실이라면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잖아. 바로 그 점에서 존나 씁쓸함이 가득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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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ID U MISS ME ? : 언컷 젬스 2020-02-14 14:18:44 #

    ... 편집이 워낙 리드미컬하고 쫀쫀해서, 2시간 15분의 런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음. 결론. 넷플릭스야, 요즘 오리지널 영화 타율이 나쁘지 않고 아주 좋구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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