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9 15:58

람보3, 1988 대여점 (구작)


1편이 미국 본토의 록키 산맥 근처 마을. 그리고 2편은 베트남. 그렇다면 3편은? 이전의 두 편 모두 녹음이 우거진 숲과 정글에서 벌어진 이야기라 그랬던 걸까? 다소 뜬금 없게도 3편은 사막을 배경으로한 아프가니스탄이다. 근데 이 영화 개봉 후 2년 뒤 걸프전 터짐 그건 아프가니스탄 아니잖아

대쪽같은 전개는 시리즈의 전통이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람보는 격투가가 되어 상대를 절구떡으로 만들고, 그걸 임재범 마냥 멀찍이서 지켜보는 트라우만 대령의 표정이 아련함. 여기에 묻고 더블로 갈 필요도 없이 단도직입 용건만 말하는 트라우만 대령. '람보야, 나 소련놈들 상대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출장가는데 파티 맺고 같이 갈래?'

1편에선 람보를 뜯어 말리러 온 것에 가까웠지만, 어째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트라우만 대령의 역할은 그냥 NPC가 되어가는 인상. 잘 살고 있는 람보를 주기적으로 찾아와 일거리 던져주는 실정... 이러다보니 이 양반이 진짜 람보를 애제자로 아껴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그냥 흥신소에서 해결사 찾듯 람보 찾아오는 건가 헷갈릴 지경. 이 정도면 트라우만 대령이 아니라 람보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트라우마 대령이다. 심지어 람보가 거절해 그냥 혼자 아프가니스탄 갔는데 가자마자 개털리고 포로로 붙잡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모든 과정이 단 몇 씬만에 설명되는 마법. 그리고 그 뒤가 더 가관이다. 가뜩이나 더운 나라 태국인데, 여기에 양복까지 쫙 빼입고 그 먼 곳까지 찾아와 람보에게 트라우만 대령의 소식을 알리는 남자. '트라우만 대령이 붙잡힌 상황이니 꼭 좀 도와주시오!'도 아니고, 뭐라 말하냐면... '그냥 알려주러 왔어요' ............ 그거 그냥 알려주러 그 먼 곳까지 찾아왔다고요, 지금? 누가봐도 존나 부담주러 온 거

이런 이상하고 개연성 없는 설정들이 자잘하게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적당해 나쁘지 않은 오락물이다. 람보의 카리스마를 깎아먹진 않으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기개와 의리를 잘 묘사하기도 하거든. 그런 기질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순도 100%의 팍스 아메리카나 영화라고만 보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

2편에서의 람보 1인이 전체 군대를 털어버린다는 설정에 뒤늦게라도 부담을 느꼈던 건지, 이번 영화에서 람보는 다수의 동료들을 얻는다. 때문에 약간 특공대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결국 막타 치는 건 죄다 람보이기 때문에... 뭐... 그나마 막판 기병대 합류 장면은 <미이라2>의 그것을 보는 것 같아 좀 향수 어리기도 했다. 재밌었다는 건 아님

그래도 딱 여기까지는 VHS 바이브가 잘 서려있었다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1편이 82년도 작품인데 3편이 88년도 작품... 정말 스탤론은 1980년대 내내 람보로 살았던 거구나. 4편이 나오기까지 대략 20여년 정도의 갭이 있었는데, 어쩌면 스탤론은 그냥 쉬고 싶었던 게 아닐까. 

뱀발 - 2편부터 코카콜라 PPL 오지게 털어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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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9/10/29 18:18 # 답글

    흐흐 오랜만에 보는 람보 3의 저 가짜 하인드 ^^;
    얼마 후에 냉전이 해체 되기 때문에 그 뒤부턴 러시아 무기들이 실물! 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저때만 해도 진짜 하인드 구하기 힘들어서 짝퉁을 만들어 찍었다죠. 여튼 1,2편은 그냥 tv에서 봐서 , 중간중간 보다 말다 했는데 3편은 그래도 극장에서 직접 본 기억이 나네요. 시리즈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건 이거 하나 뿐인듯..
  • CINEKOON 2019/10/29 22:30 #

    전 밀리터리 문외한이라 흙흙. 근데 저 헬기는 2편에도 나왔던 것 같은데 재활용 한 걸까요?
  • 포스21 2019/10/29 22:39 # 답글

    아마 재활용 맞을 겁니다. 그시대엔 소련 무기 구하기가 꽤 힘들어서 저렇게 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썼죠. 탑건의 미그 28 등도 그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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