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4 14:39

배트맨 - 허쉬 극장전 (신작)


원작 그래픽 노블이 가지고 있던 초월적인 분위기. 작화가 화려한 아메리칸 코믹스 중에서도 유난히 눈이 부셨던 원작. 어떤 사람들은 결말부의 반전이 너무 뻔하고 작화 역시 지나치게 화려하다-라며 불호의 메시지를 표하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난 원작을 정말 좋아했다.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에도 기대가 꽤 컸었는데...

열려라, 스포 천국!

일단 작화가 원작을 못 따라간다. 물론 안다. 이것은 DC 애니메이티드 시리즈 세계관의 일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이전 작품들과의 비주얼적 일관성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거. 하지만 다른 작품도 아니고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 하는 건데! 짐 리가 표현해낸 원작의 초월적 분위기에는 필적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힘을 줄 수는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부분.

문제는 작화풍만 다른 게 아니라는 거다. 결말의 반전이 확 바뀌었다! 본 작품의 최종 흑막인 허쉬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하나만으로 달려가는 작품인데. 그 허쉬의 정체를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작을 읽은 사람 입장에서는, 예상했던 결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1차적 충격을. 그리고 그 바뀐 결말이 기존 결말보다 더 구리다는 점에서 2차 충격.

허쉬의 정체가 리들러였던 것은 크나큰 실책이다. 일단 리들러라는 기존 캐릭터의 고유성과 일관성을 박살내 버리는 전개이기도 하거니와, 이 에드워드 니그마가 허쉬로 각성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너무 단순하며 억지다. 베인도 아니고, 리들러가 라자러스 핏에 몸을 담근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왕 할 거면 설득력 있게 잘 했어야지. 지금 버전은 너무 후루룩 아니냐고.

이거 한 시간 반 동안 볼 바엔 정발된 두 권짜리 원작 다시 정주행하겠다. 원작보다 폼도 떨어지는데 결말까지 이렇게 쌉구리면 어쩌라는 거냐고. 가뜩이나 원작의 그 결말도 뻔해서 좋은 결말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더 밑바닥이 있다는 것만 증명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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